“경기 전 박찬호가 ‘수비 좀 덜하게 삼진 좀 많이 잡아라’라는 웃긴 말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
웨스 벤자민이 호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찬호(이상 두산 베어스)의 유쾌한 농담이 있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를 5-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한화전 3연패에서 벗어난 두산은 26승 1무 28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벤자민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시종일관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최종 성적은 6.1이닝 2피안타 1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97구였으며, 커터(24구)와 더불어 패스트볼(23구), 커브(19구), 체인지업(16구), 스위퍼(8구), 싱커(7구)를 고루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측정됐다. 팀이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으며, 이후 두산이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시즌 3승(3패)을 수확하는 기쁨도 누렸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선발투수 벤자민이 오늘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벤자민은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잘 보여준 것 같다. 수비에서의 좋은 플레이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타자들 같은 경우에도 필요한 순간 딱 득점을 해줘 마음이 편했다. 특히 (1.2이닝 2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린) 이영하가 어려운 경기였는데 마무리로서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벤자민의 말처럼 이날 두산 수비진은 철옹성 같은 면모를 선보였다. 유격수 박찬호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으며, 우익수 다즈 카메론은 5회초 2사 3루에서 이도윤의 장타성 타구를 점프 캐치를 통해 잡아냈다. 이 밖에 이날 홈런을 기록했던 중견수 정수빈은 3회초 우중월로 향한 김태연의 안타성 타구도 슬라이딩 캐치로 막아냈다.
벤자민은 가장 큰 도움을 준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하나 뽑기 너무 어렵지만, 두 가지 장면을 말하고 싶다. 외야에서 카메론이 공을 잘 잡아줬다. 제가 뒤돌아 볼 때마다 박찬호도 잘 잡아 아웃카운트로 처리해줬다. 많은 선수들이 셀 수 없을 만큼 좋은 플레이를 많이 해줬다”며 “또 잊지 말아야 할 선수가 있는데, ‘파워 히터’ 정수빈이다. 외야에서 제가 계속 투구를 이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수비를 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벤자민은 KBO리그 통산 82경기(454이닝)에서 34승 21패 평균자책점 3.59를 적어낸 좌완투수다. 2022~2024년 KT위즈에서 활약한 뒤 올 시즌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있다. 특히 이날에는 과거 KT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강백호, 심우준과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옛 동료’ 강백호, 심우준이 나를 상대할 때 어떻게 접근할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경기 들어가기 전 분석을 통해 계획을 세웠다. 계획대로 모든 게 잘 이뤄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더 많이 상대할 것 같은데, 좋은 계획을 통해 계속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상황적으로 제가 제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은데, 먼저 여기에서 경기를 뛸 수 있게끔 기회를 주신 두산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제 운명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경기력을 계속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점점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모든 선발투수라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제 목표는 매 경기 100구 안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이다. 잘 풀리다 보니 좋은 경기력을 계속 보이는 것 같다. 앞으로도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면서 경기할 것이다. 끝나고 돌아봤을 때 6이닝 이상만 던졌으면 제 자신에게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 다소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를 상대로 거둔 결과이기에 더 값진 성과였다.
벤자민은 “솔직히 한화 상대 좋은 성적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그래서 한화 상대할 때 매 경기 잘 던지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1년 동안 미국에 갔다 오면서 한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제가 이전에 있을 때보다 지금 한화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오늘 같은 경우 제 장점을 극대화 해서 투구를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잘 풀리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커브가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 필요한 상황에 커브가 적절히 제구가 잘 됐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커브를 던지며 삼진도 많이 잡았다. 포수 양의지와의 호흡이 딱 맞아 떨어지는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솔직히 삼진을 9개 잡았는지도 몰랐다. 경기 전 박찬호가 ‘나 수비 좀 덜하게 삼진 좀 많이 잡아라’라는 웃긴 말을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고 배시시 웃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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