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강솟대문화공간 한달간 기념전
윤영호 관장, 아들과 세계화 추진
브론즈 솟대 등 현대적 감각 접목
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에 있는 ‘솟대’를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전시 및 체험 공간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 동안 기념전을 연다. 행사는 1일 오후 2시 개막식과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솟대 기획전과 솟대 체험 등이 이어진다. 솟대는 기러기나 오리 등 새를 높은 장대 위에 형상화한 조형물을 말한다. 고조선 시대부터 시작돼 삼한 시대에는 소도(蘇塗·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성지)에 솟대를 세워 인간의 소망을 하늘에 기원했다.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 총회에서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공식 상징물로 선정됐다.
2005년 4월에 문을 연 능강솟대문화공간은 관장인 조각가 윤영호 씨(80)의 열정이 짙게 담긴 곳이다. 윤 관장이 솟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미술관장이던 그는 권옥연 화백의 ‘산마을’이라는 작품에서 솟대를 발견하고 ‘희망의 메시지’에 흠뻑 빠졌다. 이후 솟대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지고 민속학자와 역사학자들을 찾아다녔다.
윤 관장은 서울 미술관장직을 그만두고 1988년 경기 성남시 판교 광교산 자락에 친구의 오두막집을 빌려 솟대를 깎기 시작했고, 5년 뒤 첫 솟대 조각전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솟대는 자연 그대로를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조각이지만 가지를 자르고, 홈을 파고,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세우는 것이 전부다. “하늘에 인간의 희망을 전달하는 매개체에 인공의 냄새가 강하면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윤 관장은 “인위적이고 정형화되어 정(靜)적인 모습의 기존 솟대와 달리 자연에서 소재를 찾아 동(動)적인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1999년 충북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작업 공간을 옮겼다가 2005년 현재의 장소에 자리 잡았다. 당시 홍익대 회화과를 나와 전업 작가로 활동하던 둘째 아들 태승 씨(51·능강솟대문화공간 조형연구실장)가 솟대공간 조성 제안서를 제천시에 제출하는 등 힘을 보탰다.
현재 솟대문화공간에는 2006년 광주비엔날레 주제 출품작인 ‘열풍 변주곡’ 등 현대적 조형 언어로 재구성된 80여 점의 솟대 등 4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한 해 수만 명이 찾는 솟대의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2007년에 이곳을 찾았던 도올 김용옥은 ‘차세하유 경선경 소도개벽 신천지’(此世何有 更仙境 蘇塗開闢 新天地·세상 어디에 이런 선경이 있겠는가. 솟대를 세운 신성한 성지가 처음 열리니 이곳이야말로 신천지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두 부자는 지금까지 광주비엔날레 특별 초대전, 국회 의원회관 희망솟대 퍼포먼스, 청와대 영빈관과 대통령 옛 휴양시설 청남대 등에 조형물 설치 작업, 오송세계뷰티박람회 작품 전시 등 활발한 전시 및 설치 작업을 해왔다. 올 3월에는 윤 관장의 큰아들 태석 씨(52)가 합류했다. 정보기술(IT) 관련 대기업에서 20여 년간 해외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한 태석 씨는 지금은 솟대공간 ‘기획실장’ 직함을 달고 솟대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세계화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형제는 요즘 전통적인 형태의 솟대 문화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태승 씨는 청동기 시대 솟대 장신구에서 영감을 얻은 ‘브론즈 솟대’와 야생화인 도라지꽃, 매발톱꽃, 붓꽃 등의 색깔을 옮긴 ‘파스텔컬러 솟대’ 등 젊은 감각의 솟대를 만들고 있다. 태석 씨는 솟대를 알리기 위해 국내외 전시, 체험 교육,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윤 관장은 “능강솟대문화공간은 단순한 조형예술의 영역을 넘어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쏟았다”며 “솟대를 처음 마주했던 그날의 마음으로 솟대가 전통을 품은 동시대의 예술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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