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0’에서 시작하는데, 이 클럽과 헤어질 땐 레전드로 불리며 나가고 싶습니다.”
7일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LA)FC의 공식 홈구장 BMO스타디움. 손흥민이 검정 바탕에 금색으로 7번을 새긴 유니폼을 들고 나타났다. 그는 특유의 환한 미소로 “이 구단과 도시, 팬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LA에 왔다”고 말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축구단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한 손흥민이 LAFC로 이적했다. LAFC는 이날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영입했다”며 “축구 역사상 가장 재능 있고 인기 있는 아시아 선수 중 한 명인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간 활약한 끝에 LAFC에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토트넘도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통해 “쏘니(손흥민의 별명)가 MLS의 LAFC로 떠났다”고 밝혔다.
◇ “스포츠의 도시에 합류해 영광”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손흥민은 LA에서 프로 선수 여정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구단에 따르면 손흥민은 2027년까지 지정 선수(샐러리캡을 적용받지 않는 선수)로 등록되며, 2028년까지 연장 옵션이 있다. 추가로 2029년 6월까지의 옵션도 포함돼 있어 모든 옵션이 가동되면 만 37세까지 LAFC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손흥민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며 MLS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MLS는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을 ‘아시아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소개하며 최고 예우를 했다. 리그가 추산한 손흥민의 이적료는 2650만달러(약 367억원). 이는 지난 2월 애틀랜타유나이티드가 에마뉘엘 라테 라스를 영입하면서 지급한 22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리그 사상 최고 이적료다.
손흥민이 프로팀 입단 이후 유럽 밖에서 활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스포츠 도시 중 하나인 LA에서, 큰 야망을 가진 LAFC에 합류하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LAFC는 오는 10일 시카고와 리그 원정 경기를 한다. 손흥민이 이 경기부터 뛸지는 미지수다. 그는 “프리시즌을 잘 치르고 왔기 때문에 몸 상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최대한 빨리 경기장에서 인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존 소링턴 LAFC 회장은 “손흥민은 세계적인 아이콘이자 세계 축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의 열정과 재능, 인성은 LAFC의 가치와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구단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경기장 안팎에서 지역 사회에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동 구단주인 베넷 로즌솔은 “쏘니를 LAFC와 우리 도시로 데려오는 것은 몇 년 동안 우리의 꿈이었다”고 강조했다.
◇ 토트넘 “영원한 가족”
이제는 친정팀이 된 토트넘은 홈페이지에 손흥민 헌정 영상을 공개했다. 그의 지난 10년간 활약을 소개하며 “33세의 소니는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454경기에서 173골을 넣어 우리 구단 역사상 역대 다섯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소개하며 “그는 우리 역사상 주요 트로피를 들어 올린 주장 13명 중 하나”라고 했다. 대니얼 레비 토트넘 회장은 “쏘니는 언제나 토트넘의 사랑하는 가족으로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도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고별 영상에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배경으로 “(이적이) 이제까지 내린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은 나를 북런던에서 맞아줬고 성장을 지켜봐줬다. 아름다운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함께 있어줬다”며 “모든 사진을 간직해 달라. 여러분은 항상 액자 안에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