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정기 주주총회서 미래 비전 공개
기존 투자사 Arm·오픈AI
강점 살려 초인공지능 주도
AI인프라 투자도 본격 시동
투자자금 조달 능력엔 의문
후계자는 사내인물 발탁 시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67)이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미래 비전을 밝혔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 지능의 1만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의 실현이다. 손 회장은 "10년 정도 뒤에 ASI를 실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프트뱅크그룹을 ASI의 세계 1등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이 구상하는 AI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ARM과 오픈AI를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산업이다. 지난 2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공개한 '크리스털 인텔리전스' 에이전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기업에 맞춤형 AI 비서를 두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업이 가진 시스템과 회의자료, 메일 등 모든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 효율화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날로그 방식이 아직도 지배하고 있는 일본 기업에 AI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손 회장은 "크리스털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는 전기가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정도의 큰 차이가 생길 것"이라며 "AI가 기업의 모든 것을 이해한 뒤 맞춤형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기업엔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털 에이전트는 현재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덧붙여지는 형태라 큰 규모의 투자는 필요 없다. 장기적으로 ASI로 가기 위해서는 9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른 하나의 AI 사업은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이다. 우선 시작한 것이 올해 초 백악관에서 밝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이는 5000억달러(약 678조원)를 투자해 텍사스·애리조나 등 미국 주요 거점에 데이터센터 10개 이상과 이를 잇는 전력망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손 회장 구상이 현실화하면 미국이 AI에서 남들을 크게 앞서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와 같은 기본 인프라가 없으면 자동차 산업이 클 수 없는 것처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은 AI 산업에 필수 요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엔 소프트뱅크그룹과 오픈AI가 각각 40%의 지분을 갖는 주요 주주로 참여한다. 미국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과 아부다비 정부 산하 투자회사인 MGX도 각각 7%가량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 구상은 프로젝트 전체 필요 자금 중 10%인 500억달러만 주주들이 출자하고 나머지는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통해 충당하는 것이다. 당장 소프트뱅크그룹은 주거래은행인 일본 미즈호은행에서 100억달러를 대출받기로 해 주주 출자분 일부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45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의 대출 가능 여부다. 손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자금을 기대하고 있는데 최근 중동 정세와 손 회장의 투자 실패 사례 등이 맞물리면서 상황이 썩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의 글로벌 투자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비전펀드다.
2017년 출범해 1000억달러 규모로 운용 중인 비전펀드1엔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에서 450억달러, 아부다비 정부 펀드인 무바달라에서 150억달러 등 중동 자금만 600억달러를 유치했다.
한편 불안한 소프트뱅크그룹의 후계 구도도 스타게이트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선 부정적이라는 평가다. 일단 손 회장이 "내 머릿속에 후보 몇 명이 있고, 이들이 그룹에서 경쟁 중"이라고 언급해 안도한 주주가 많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그룹 이사회 구성원이나 핵심 자회사인 ARM 경영진 등을 후보군에 넣는 분위기이지만 뚜렷하게 꼽히는 인물이 없다. 여기에 손 회장이 "더 하려는 생각도 있다"고 언급해 후계 구도 정리가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