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9일은 ‘발명의 날’ 60주년이다. 1963년 이후 발명의 날은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된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고민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국가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이 아니다. 한 나라에 대한 신뢰, 호감, 경쟁력의 총체적 이미지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기업가 정신’으로, 독일은 ‘기술력’으로, 일본은 ‘장인정신’과 ‘전통문화’로 각인돼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건 K팝, 드라마, 웹툰과 같은 문화 콘텐츠일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 작품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 BTS와 블랙핑크는 전 세계에 한류의 저력을 증명했다. 반도체·배터리·정보기술(IT) 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제 특허출원 세계 4위, 연구개발(R&D) 투자 세계 2위라는 수치는 더 이상 우리를 ‘모방자’가 아니라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한국은 지식재산(IP)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그러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은 백악관에 지식재산 집행조정관을 두고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일본은 ‘지식재산기본법’을 제정해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지식재산전략본부를 운영 중이다. 중국은 ‘지식재산 강국 전략’을 통해 산업 전반에 지식재산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영국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싱가포르 등 주요국도 IP 정책 체계를 통합·집중형으로 개편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지식재산을 ‘전문가만 아는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 결과 부처 간 정책 중복, 예산 낭비, 중장기 전략의 부재라는 구조적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IP 집약 산업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경제 성장의 주요 기반이다. S&P500 기업 가치의 약 90%가 무형 자산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변화의 기로에 선 지금, 지식재산을 국가 브랜드로 삼아 혁신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육성해야 할 때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통령실 산하에 ‘IP 전략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것이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과거처럼 국정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위상으로 복원하고, 부처별로 분산된 IP 관련 정책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행정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 메타버스, 바이오 등 신기술 분야는 기존 정책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형 대응이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최근 생성형 AI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 급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으며, 첨단기술의 유출과 확보는 국가 존립을 좌우할 안보 이슈로 확장되고 있다. 이 같은 법적·경제적·안보적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통찰력과 실행력을 갖춘 강력한 IP 거버넌스 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금이야말로 지식재산을 국민 자긍심의 원천이자 글로벌 브랜드로 격상할 절호의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