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과 명품은 닮았다’는 무속인들
샤넬 백의 행방 못지않게 대통령 부부가 왜 건진 같은 인물과 친분을 쌓았는지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다. 전 씨는 일광조계종 소속 승려였다. 정식 불교 종파는 아니다. 가죽을 벗긴 소 사체를 제물로 바치는 행사를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 씨는 일광조계종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진 않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법당을 차려 ‘무속인’으로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면서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고문을 맡았고, 2021년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도 활동했다.
전 씨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경북 영천시장 출마 후보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체포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공천 청탁과 함께 받은 돈을 ‘기도비’라고 했다. ‘기도비면 청탁 실패 후 왜 돌려주나’라고 묻자 전 씨는 “검사님은 이런 세계를 이해 못 한다. 계속 빌던 집안에 있으면 그 사람들은 기도 안 하면 못 산다”고 밝혔다고 한다. 부자와 고위층들이 신명기도를 바라며 자신을 찾는다는 맥락의 설명이다.김 여사의 점을 봐줬다는 무당 역시 “(옷차림부터 다른) 사람들이 온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무속인들이 물질주의의 정점인 명품과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무속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욕망을 토대로 ‘상징’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샤넬 백을 든 사람은 고급이란 상징을 과시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고, 무당을 찾는 이는 운세라는 상징 속에서 안도를 얻는다는 것이다. 한 무속인은 “무속과 명품 모두 ‘나에게 특별한 것’이라는 의례 행위”라고 했다. 문제가 생기면 조상 운세 등 외부에서 요인을 찾는 무속과 야당의 횡포 탓만 하는 정부 모습도 묘하게 겹친다.
비선 차단하고 인사 투명성 강화돼야
무속에 심취하든 명품을 구매하든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들이 공적 영역에 개입되면서 국가 운영의 투명성이 훼손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사에서 공정과 상식, 법치를 강조했지만, 무속과 명품 의혹 속에서 정부는 반대로 움직였다. 같은 해 해외 순방 당시 김 여사는 재산 신고 내역에 없던 수천만 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착용해 논란이 됐다.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과 검찰의 미온적 수사로 공정성 이슈도 불거졌다.비선 의혹 무속인들의 연이은 등장은 정부 신뢰를 무너뜨렸다. 건진법사, 천공스승, 지리산 도사(명태균), 무정도사, 수암선생…. 이름만 나열해도 ‘이게 뭔가’ 싶다. 천공은 대통령 관저 이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무정이 대통령에게 비공식 자문역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 씨의 처남은 대통령실 인사 개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명 씨로 인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12·3 비상계엄 배후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점집을 운영하며 수암선생으로 불렸다. 이들 대부분 수사를 받거나 구속 상태로 재판 중이다.물론 대통령과의 친분을 악용한 비선들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도 대선 후보 캠프 안에 함량 미달 비선들이 모여 있을지 모른다. 대선 주자들은 비선을 원천 차단하고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요상한 도사와 법사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다.
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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