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강홍구]“삼진 당해도 즐겁게 운동” 클럽 팀이 바꾼 고교야구

1 day ago 7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중학교 야구 선수 시절 A는 실책이나 삼진을 두려워했다. 실책 후에는 곧바로 교체 사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타석에서 삼진을 먹고 난 뒤에도 감독, 코치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하길 원했던 그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학교 야구부 대신 클럽 팀을 선택했다.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에 출전하고 있는 그는 “여기선 실수를 해도, 삼진을 당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즐겁게 운동을 한다. 야구 안에 인생이 있는 게 아니라 인생 안에 야구가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주최 공식 경기에 출전하기 시작한 클럽 팀들이 고교야구 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그해 5개였던 클럽 팀이 올해는 24개로 늘어났다. 학교 운동부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거나, 남들보다 뒤늦게 운동을 시작한 선수들이 클럽 팀으로 향하고 있다. 성적 우선주의에 강압적인 운동부 문화가 싫어 떠났다는 이도 적지 않다. ‘모교 출신’을 따지는 문화에 감독, 코치 자리를 포기했다가 클럽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은 지도자도 있다.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 운동부와 달리 클럽 팀은 별도의 법인이 선수 모집, 지도, 행정, 회계 등의 업무를 맡는다. 클럽 팀에 속한 선수들이 같은 학교 학생들이냐 아니냐에 따라 학교 연계형 클럽, 지역 거점형 클럽으로 나뉜다. 율곡고야구단의 경우 율곡고 학생들로 구성된 스포츠클럽이다. 기존 학교 운동부와 구별하기 위해 뒤에 야구단을 붙였다. 특히 율곡고는 2023년 학교 운동부에서 스포츠클럽으로 전환하면서 팀명도 율곡고에서 율곡고야구단으로 바꿔 달았다.

팬들에게 익숙한 경남고, 광주제일고, 덕수고 등 전통적인 야구부와 달리 색다른 이름을 붙인 클럽 팀들도 적지 않다. 천안CSBC, TNPBA 같은 팀들이 대표적인 예다. CSBC는 상업고등학교베이스볼클럽, TNPBA는 트레이닝&피지컬베이스볼아카데미를 줄인 표현이다.

아직까진 클럽 팀들의 전력이 학교 운동부에 미치지 못한다. 프로야구 신인 지명, 대학 진학에도 불리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클럽 팀의 문을 두드리는 선수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클럽 팀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고교야구 팀이 100개를 넘어섰다. 올해 등록된 팀은 총 105개로 2020년(82팀)에 비해 약 28% 급증했다.

클럽 팀 출신으로 그렇게 어렵다는 프로 문턱을 넘어선 이들도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선 창원공고야구단 출신 김종운(19)이 전체 70순위, 야로고BC 출신 고영웅(21)이 100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황금사자기에도 역대 가장 많은 11개 클럽 팀이 출전했다. 이 중 4팀이 1회전을 통과했다. 승패와 무관하게 이들은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구장 그라운드를 밟게 돼 벅차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에는 클럽 팀 소속으로 황금사자기 최초의 여자 선수가 탄생하기도 했다. 화성동탄BC의 손가은(19)이 도개고와의 1회전 3회말 1루수로 교체 투입되며 새 역사를 썼다. 팀이 5회 콜드게임으로 패하면서 단 1타석 만에 대회를 마친 손가은의 모자에는 ‘즐기자’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고교야구는 이렇게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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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구 스포츠부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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