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금융정책 정상화 의지
2%대 물가 지속 부담
엔화 약세 흐름에 제동
하반기 또 인상할 듯
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내달 미국과 일본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금융정책 정상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급격한 엔저에 따른 미국 측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라는 분석이다.
2%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물가상승률에 대한 부담도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기업 임금인상 등이 제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도 인상 결정으로 이어졌다.
24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25%에서 0.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 정책금리는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의 일본 정책금리가 0.5%였다. 1995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0.5%를 넘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지난 30년간 가장 높은 금리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로는 3번째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임금인상 협상도 긍정적”이라며 “최근의 물가 불안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지난해 일본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대비 2.5% 올랐다. 2023년 기록한 3.1%보다는 낮아졌지만 이로써 3년 연속 2%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 올랐다. 월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된 영향이다.
이번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실질임금 상승을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들었지만, 실질임금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다 11월에 소폭 올랐기 때문이다.
나가와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개인소비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수석전략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 마이너스가 지속됐다”며 “올해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인상률이 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야말로 실질임금 플러스가 실현되고 정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금리인상 후 국내외 경제 흐름 등을 분석한 뒤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올해 9월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내년 중에는 1%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 일본 내 경제가 타격을 입고 급속한 달러당 엔화값 강세가 나타날 경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타격이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로 반전될 확률도 있다.
한편 일본은행 금리인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상승세를 보이며 4만선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