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이전으로 돌아간 일본금리…17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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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금융정책 정상화 의지
2%대 물가 지속 부담
엔화 약세 흐름에 제동

하반기 또 인상 가능성

24일 기준 정책금리 인상후 기자회견에 나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24일 기준 정책금리 인상후 기자회견에 나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25%에서 0.5%로 인상한 것은 금융정책 정상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급격한 엔저에 따른 미국 측, 특히 새롭게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조치도 상당부분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르고 임금도 함께 상승할 경우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는데, 이것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4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올해 춘투(봄 임금협상)에서 지난해에 이어 제대로 된 임금인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당분간 경제와 물가의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금리 인상의 배경을 밝혔다.

여기에 최근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높아지는 등 임금 상승을 웃도는 물가 상승이 지속될 위험을 줄일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지난해 일본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대비 2.5% 올랐다. 2023년 기록한 3.1%보다는 낮아졌지만 이로써 3년 연속 2%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또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올랐다. 월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1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부터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된 영향이다.

이번 금리인상으로 일본 정책금리는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부터 2008년 10월 사이의 일본 정책금리가 0.5%였다. 1995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0.5%를 넘은 적이 없기 때문에 지난 30년간 가장 높은 금리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로는 3번째다.

24일 기준 정책금리를 인상한 도쿄 치요다구의 일본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24일 기준 정책금리를 인상한 도쿄 치요다구의 일본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이번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실질임금 상승을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들었지만, 실질임금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다 11월에 소폭 올랐기 때문이다.

나가와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늘었지만 소비가 늘어나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금리 인상이 개인소비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금리인상으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구보타 마사유키 라쿠텐증권 수석전략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금인상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실질임금 마이너스가 지속됐다”며 “올해는 대기업·중소기업의 임금인상률이 5%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야말로 실질임금 플러스가 실현되고 정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금리인상 후 국내외 경제 흐름 등을 분석한 뒤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키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종합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올해 9월 추가로 금리를 올리고 내년 중에는 1%대까지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 일본 내 경제가 타격을 입고, 급속한 달러당 엔화값 강세가 나타날 경우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 타격이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로 반전될 확률도 있다.

24일 일본은행이 기준 정책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도쿄 시부야구 스크램블 스퀘어를 건너는 사람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24일 일본은행이 기준 정책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도쿄 시부야구 스크램블 스퀘어를 건너는 사람들. [도쿄 이승훈 특파원]

한편 일본은행은 이날 3개월마다 새로 내놓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신선식품 제외) 전망치를 2.7%로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인 2.5%보다 0.2%포인트 올인 수치다.

2025년도와 2026년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2.4%와 2.0%로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4년도는 0.5%로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내렸다. 2025년도와 2026년도는 각각 1.1%와 1.0%로 변동이 없었다.

금리인상에 따라 일본 금융시장은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다. 인상 발표 전 156엔선이던 달러당 엔화값은 오후 4시 현재 155.23엔까리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또 2년물 국채 금리가 한 때 0.715%까지 상승하며 2008년 10월 이후 약 17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 초반 4만선을 돌파했던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이날 소폭 하락한 3만9931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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