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포럼 특별연설
법적 평등 외 페미니즘은 특권
“시장실패란 없어” 규제 불필요
병든 이념 해체하는 것이 의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진보 의제를 통칭하는 이른바 ‘워키즘’(Wokeism·깨어 있음)과 싸우는 국가들 사이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지식포럼(WEF)에 참석한 밀레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특별 연설에 나서 “자유를 원하고 자유의 이념을 믿는 모든 국가들 사이에서 국제적 동맹이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놀라운 일론 머스크, 강인한 이탈리아 여성 조르자 멜로니,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그리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보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밀레이 대통령은 “20세기 어느 순간 자본주의가 창출한 부를 중앙 계획하에 재분배하려는 새로운 정치 계급이 등장해 사회주의적 의제를 촉진했다”며 “그 핵심 기반은 법 앞의 평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전제가 존재하며 숨겨진 체계적 불의를 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병든 워키즘의 이념적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도덕적 의무이자 역사적 책임”이라며 “변화의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급진 페미니즘과 급진 환경주의, 성소수자(LGBT) 의제, 다양성 의제, 이민 문제의 왜곡을 워키즘의 사례로 들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을 살해하면 ‘여성 살해’로 부르고 피해자의 성별이 남성일 때보다 더 심각한 처벌을 받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일부 남미 국가는 가정폭력이나 성차별적 동기로 여성을 살해한 경우 일반적인 살인죄보다 가중처벌하는 법을 두고 있는데 이 점을 꼬집은 것이다. 다만 미국과 유럽, 한국 등 대부분 선진 민주주의 국가는 이 같은 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서구 사회에는 법 앞의 평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외 사항들은 모두 특권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구를 보존한다는 상식적인 문제가 광신적 환경주의로 전환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구가 이미 다섯 번의 급격한 온도 변화 주기를 거쳤으며 그 중 네 번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때 일어났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면 마치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것처럼 비과학적인 사람으로 비난받는다”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민 문제가 워키즘으로 인해 왜곡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 겪고 있는 이민 문제에 대해 “외국 인재를 유치해 발전을 도모하기보다 죄책감에 휩싸여 대량 이민을 받아들이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서구 사회가 역사의 모든 악의 근원이며 속죄를 위해 국경을 열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이어 “이러한 상황을 문제 삼으면 즉각 외국인 혐오자로 낙인찍힌다”며 “영국에서는 무슬림 이민자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폭로한 시민들이 투옥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작년 여름 영국에서 한 어린이 댄스교실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가 이슬람 이민자라는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폭력 시위가 일었을 당시, 온라인에서 공격을 선동한 사람들이 처벌받은 점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나왔다. 밀레이 대통령은 시장 규제와 관련해 “정치인들은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규제를 통해 시장에 개입한다”며 “하지만 시장 실패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장실패란 독점, 공공재 공급 부족, 기업 등의 모럴 해저드 등 경제학적으로 자원 분배를 시장에만 맡겨 뒀을 때 발생하는 문제를 뜻하는 개념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다행히도 전 세계 자유세계에서 침묵했던 다수의 사람들이 조직화되고 있다”며 “자유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유, 자유, 자유”라고 3번 외친 뒤 “자유여 영원하라, 젠장할”(Long live Freedom, Damn it)이라는 말과 함께 연설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