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남부 아비뇽의 미스트랄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한국 연극 ‘하리보 김치’의 공연 현장. 공연이 막바지로 접어들 무렵 연출자 겸 주연 배우인 구자하 작가(43)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20여 잔을 만들어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드세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객석을 가득 메운 300여 명의 관객들은 너도 나도 손을 들었다. 구 작가는 락스타가 공연장을 누비듯 객석 곳곳을 뛰어 다니며 소맥을 배달했다. 20대 관객 마르겟 잰 씨는 “한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소맥’을 중세 시대 교황이 머물던 아비뇽에서 맛 볼 줄 몰랐다”며 웃었다.

특히 그는 공연 중간중간 등장했던 김치전, 오이냉국 등 한국 음식을 연극이 끝난 뒤 유럽 관객에게 제공했다. 프랑스의 연기 지망생인 레오 앙드레 씨는 “공연 내내 맛있는 냄새가 솔솔 퍼져 배가 고팠다”며 “공연이 끝나자마자 그 음식을 주니 연극이 더 흥미롭고 창의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각색한 이탈리아 연극 ‘사랑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인가’도 상영됐다. 앞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동명 연극으로 각색했던 이탈리아 연출가 겸 배우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두 번째 작품이다. 14일 아비뇽 ‘카름’ 수도원 회랑의 500여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제주 4·3의 비극과 두 여성의 우정을 다룬 공연을 약 90분간 숨죽여 지켜봤다.

아비뇽=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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