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가르치던 고교 선생…'우익 포퓰리즘'으로 日 뒤흔들어

5 hours ago 3

가미야 소헤이 일본 참정당 의원/연합뉴스

가미야 소헤이 일본 참정당 의원/연합뉴스

지난 20일 치러진 일본의 상원 격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역사적 참패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극우 성향의 신생 참정당이 약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과 미국을 휩쓴 극우 열풍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은 일본인들마저도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NHK는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이번 선거에서 과반 의석 유지에 필요한 50석에 못 미치는 46∼49석을 얻을 것으로 21일 추정했다. 아사히신문도 여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4시 기준으로 자민당과 공명당은 이번 선거 대상 지역구와 비례대표 125석 중 46석을 확보했다. 야당은 제1야당 입헌민주당 21석, 제2야당 일본유신회 6석, 제3야당 국민민주당 16석, 우익 야당 참정당 12석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번 선거 결과를 기존 의석과 합치면 여당 121석, 야당 120석이 된다. 과반은 125석이다. 일본의 상원 격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는 의원 248명의 절반인 124명을 3년마다 뽑는 형태로 치러진다.

가장 주목되는 건 참정당의 약진이다. 참정당은 현 대표인 가미야 소헤이(47) 의원을 중심으로 2020년 4월 창당된 신생 정당이다. 가미야 의원은 간사이대 졸업 후 몇 년간 고교에서 세계사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2007년 오사카부 스이타시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발을 들여놨다. 그 뒤 2012년 자민당에 입당해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유튜브 등 인터넷 채널을 통해 음모론이나 보수 성향의 정보를 설파하다가 2020년 뜻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시작한 게 지금의 참정당이다.

중앙 정계에는 참정당 비례대표로 2022년 참의원 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놨다. 그는 이런 활동 과정에서 유대계 국제 금융자본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주장하는 등 음모론적 세계관을 펴면서 전통을 중시하는 '우익 사관'을 강조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일본인 퍼스트'가 상징하듯 사회 문제의 원인을 외국인에 돌리는 듯한 정책을 대거 내세웠다. 세부 공약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 매입 제한 △비숙련·단순 노동자 수용 규제 △외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 중단 △영주권 취득 요건 강화 등을 내걸었다. 그는 선거전이 공식 개시된 지난 3일에도 "싼 노동력이라고 해서 외국인을 자꾸 끌어들이면 일본인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며 저소득 노동자층이 품어온 불만의 대상을 외국인에 돌렸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참정당의 돌풍이 높은 물가 상승과 뒷걸음치는 실질 임금, 양극화에 허덕이는 시민들의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들도 일본인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참정당이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며 외국인 관련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을 계기로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외국인이 생활보호제도에서 우대받고 있다는 등 근거 없는 정보가 확산했으며 다른 정당들도 외국인 규제 강화 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