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도이치 주가조작' 재수사
고검이 이례적으로 직접 맡아
공천 개입·사업 청탁도 파헤쳐
金 소환조사 임박했단 관측도
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로 했다.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했던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고검에서 직접 수사에 나선다.
검찰은 또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과 관련해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가며 김 여사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어 김 여사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고검(고검장 박세현)은 25일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사건에 대해 재기수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기수사는 불기소 처분 혹은 종결된 사건에서 수사가 미진하거나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다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고검이 지검 사건을 직접 재수사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아 법조계에서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서울고검은 박세현 고검장이 이끌고 있다. 박 고검장은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관련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책임진 바 있다. 이번에는 김 여사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입장이 돼 윤 전 대통령 부부 모두를 수사하는 이력을 남기게 됐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수사 4년 반 만인 지난해 10월 17일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계좌관리인들에게 위탁한 계좌들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적이 없다고 밝혀지면서 수사 공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당시 수사 부서와 지휘 라인 검사 모두 탄핵소추가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을 다시 배당하는 데 부담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김 여사 수사 과정은 지난달 13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던 헌법재판소가 일부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김건희에게 공동 가공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에의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권 전 회장이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3년간 통정매매 등의 방법을 통해 임의로 주가를 부양하려 했던 사건이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증권계좌 6개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고검은 이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분석하고, 관련자들을 추가 조사할 필요성이 있을지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3일 대법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 등 사건 관련자 9명 등 상고심에서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고, 이른바 '전주' 손 모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다만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은 재수사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고검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항고 사건은 항고 기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해 10월 2일 최재영 목사가 건넨 명품 가방과 명품 화장품 세트 등이 "김 여사와 우호관계 유지 또는 접견 기회를 얻으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최 목사, 김 여사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서울의소리는 지난 7일 항고장을 제출했다. 서울의소리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선물들이 통일TV 재송출 등을 위한 청탁 목적이고, 대통령 직무와도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