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안나서면 국토부가 직접”...‘장관 직권’ 정비구역 지정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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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안나서면 국토부가 직접”...‘장관 직권’ 정비구역 지정법안 발의

입력 : 2026.02.02 06:09

與 ‘장관 직권’ 도정법 발의

공급책 두고 서울시와 갈등에
사업 지정권자에 장관 추가
“서울 등 공급 병목 해소 목적”
‘지자체 패싱’ 법안에 신중론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정비사업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성동구 성수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현장을 방문해 정비사업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공급 대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지정 및 변경, 해제할 수 있는 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공급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침해하며 향후 시도의 도시계획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장관이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은 사업장을 압박하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비구역 지정이 지체되는 지역에 대해 국토부 장관이 직접 정비구역을 지정·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정비구역 지정권자를 특별시장, 광역시장 등 지자체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지자체장에게 집중되며 병목 현상이 생기고 있으니 필요한 경우 국토부 장관에게 지정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에서는 정비구역을 심의할 때 지방도시계획위원회가 아닌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비구역을 분할하거나 통합, 결합할 때도 국토부 시행령에 따라 세부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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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울 정비사업장의 인허가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전(2017년~2021년 7월) 24만3000가구에 달했던 주택 공급 인허가 물량은 취임 후(2021년 8월~2025년 11월) 20만9000가구로 13.9% 감소했다.

이에 민주당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을 중심으로 서울시에 인허가권이 집중됐다며 일정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장에는 자치구에 인허가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그런데 오히려 법안은 서울시보다 큰 중앙정부에 인허가권을 주는 방향으로 발의됐다.

게다가 법안에는 국토부 장관에게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됐다. 구체적인 기준을 국토부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고, 구역이 해제된 곳은 시도지사 등의 요청에 따라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할 수도 있도록 했다.

국토부 장관이 해제할 수 있는 정비구역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경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이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을 거쳐 지정한 정비구역 등을 해제할 수도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정비 업계에서는 ‘사업장이 지자체장에 이어 국토부 장관의 눈치까지 봐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국토부의 결정에 따라 ‘뉴타운·재개발 대거 해제’와 같은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인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 재건축·재개발구역 해제 건수는 총 389건에 달했다. 야당은 공급 예정 가구 수만 43만가구였다며 이때의 정비구역 해제로 서울이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안 의원실 측은 “주택 공급을 신속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법안을 발의했다. ‘해제’가 목적이 아니다”며 “지정하면 해제도 해야 법 체계상 균형이 맞으니 그런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해제 범위는 국토부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9 부동산 대책의 근거가 된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특별법’도 국토부 장관의 직권 개발권을 담은 법안이다.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 국공유지를 국토부 장관이 직접 복합개발지구로 지정하고 사업 시행자까지 선정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 장관은 개발지구 지정 전 관계기관, 지자체와 협의해야 한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30일이 지나면 협의된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절차로 넘어간다. 지자체의 반대에도 이를 건너뛰고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도심 내 주택 공급에 대해 국토부 장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들은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지자체의 반대가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의 핵심 결정권을 중앙으로 집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 공급 정책은 교통·학교·환경 등 다양한 지역적 요인들이 고려돼야 한다. 정비사업은 지역 내 민원도 많이 발생하는 편인데, 이 같은 사항들을 중앙정부가 모두 고려하기 어려우며 인허가를 강행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비구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달라지면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비구역은 공공택지와 달라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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