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아파트값은 '6~10년 차'의 준신축 아파트와 전용면적 85㎡ 이상의 '대형' 면적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의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준신축이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대형'의 경우 수요가 많은 데 비해 공급이 적다 보니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단 설명이다.
3일 부동산 리서치 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대비 4.3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연식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인 구간은 '6~10년 차' 아파트다. 1~5월 4.9%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어 △'10년 초과' 아파트 4.27% △'1~5년 차' 아파트 4.12% 순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실수요자들이 신축을 굉장히 선호하는데 가격이 너무 높아 오히려 입주한 지 시간이 좀 된 단지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히 새 아파트는 아니지만 6년 차 정도면 새 아파트의 시설 등은 온전하게 누리면서 오히려 바로 입주했을 때보다 자리가 잡혀 살기가 좋은 게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을 전용면적별로 살펴보면 '거거익선' 경향이 나타났다.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가 4.63% 상승해 큰 폭으로 뛰었다. 이어 △전용 60~85㎡ 이하 중형 아파트 4.42%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3.59% 순이다.
대형 면적 아파트는 신고가 경신 사례도 잇따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73~77,82,85동)' 전용 245㎡는 지난달 130억5000만원에 손바뀜해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 전용 244㎡는 82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거래된 78억원보다 4억원이 뛰었다.
압구정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중대형 수요가 꽤 많은데 공급은 많지 않다"며 " 때문에 대형 평형의 경우 한 번 거래될 때마다 큰 폭으로 가격이 뛰어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얼죽신' 현상으로 신축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서울에 '내 집 마련'에 나오는 실수요자들이 가성비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 리서치랩장은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신축 아파트 가격이 덩달아 뛰자 가성비가 높은 6~10년 차 아파트에 실수요자들이 몰려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것"이라면서 "10년 초과 아파트의 경우 같은 맥락으로 가성비를 찾는 실수요자들과 함께 재건축 단지의 상승이 복합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대형 면적대는 수요에 비해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입주 예정분까지 포함해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별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전용 85㎡ 초과 대형 아파트 입주 물량은 전체의 9.6%에 불과하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최근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살펴보면 조합들이 분양 수익을 위해 애초에 대형면적 1가구 분양할 것을 소형 2~3개로 나눠 분양하다 보니 중대형 면적대, 특히 대형 면적대의 공급이 아주 적다"며 "대형 면적대 공급을 하지 않다 보니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뿐만 아니라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이왕이면 큰 게 낫지 않느냐'는 인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쾌적한 공간을 원하는 수요 등이 겹치면서 대형 면적대 집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