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조합 2020년때
인허가 조건으로 軍과 협의
수분양자들 "사전고지 없어"
구청앞 몰려가 집단 반발
진흥 등 강남 재건축도 논란
고층화 市정책, 軍과 마찰조짐
서울의 한 신축 고층 아파트 옥상에 입주민도 모르는 사이 대공방어시설 설치 공사가 진행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단지는 재개발을 통해 조성됐지만, 인허가 조건으로 '군사시설 설치'가 붙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 군의 군사시설 설치 요구와 서울시의 고층화 유도 정책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도시 정책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 강북구청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A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2일 강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이 단지 옥상에 설치 중인 대공방어시설이 주민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지어지고 있다며 구청 측에 항의했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 단지에 대공방어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단지 높이가 위탁고도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공방어 협조구역 내 위탁고도(77~257m) 높이로 건축되는 건축물은 군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공방어 협조구역이란 원활한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지역을 뜻한다.
A아파트는 강북구의 한 재개발 사업을 통해 2022년 지어졌다. 조합은 2020년 건축 심의 과정에서 수도방위사령부로부터 단지 설계상 높이가 군이 허용하는 건축 높이를 초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군은 재설계를 통해 건축물 높이를 낮추거나 군사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조합이 군사시설 설치 요구를 수용하며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문제는 이후 2022년 실시한 입주자 모집 공고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분양자들은 옥탑층에 설치될 수 있는 구조물에 '군사시설'은 포함되지 않아 '중대한 사실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조합장은 "군 측에서 보안 유지를 요구했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입주자 모집 공고상 적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 단지는 작년 8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준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기반시설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것과 함께 조합이 인허가 과정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측에 약속한 군사시설 설치 의무를 아직 이행하지 않아서다. 입주민들은 1년 가까이 준공이 미뤄지고 있는 이유가 군사시설 미설치 때문이라는 점이 최근 공사 강행 과정에서 드러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한다. 주거시설에 대공진지가 본격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한 건 서울시가 '아파트 최고 35층 룰'을 폐지하며 서울 곳곳에서 초고층 정비사업이 추진되면서다. 서초구 진흥아파트, 도봉구 창동 상아1차 등도 정비사업 건축 설계 과정에서 대공진지 구축을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서울 전역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 곳곳에서 고층 재건축이 진행 중인데 도심 내 상당수 지역은 군의 대공방어 협조구역 또는 고도제한 통제구역에 중첩돼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대공방어 협조구역은 관계 법령에 근거해 서울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한 지역으로, 원활한 군의 작전활동을 위해 일부 단지에 군사시설이 설치되는 데 대해 시민들의 양해와 지지를 구한다"고 밝혔다.
[김유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