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급 대책(지난해 9월)이 나왔을 때는 '이제 시작이니까 구체적이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공급 대책('1·29 대책')을 보고는 '서울에 새집이 나올 수 있겠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조모씨)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수도권 도심에 주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수도권에 있는 다양한 유휴부지를 활용해 물량을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이번 대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하나둘 지적합니다.
먼저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 주요 입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땅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서부터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 포함된 지역은 문재인 전 정부 당시 발표했던 지역이 대다수 포함됐던 곳입니다. 이들 지역은 당시에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원활하게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당장 대책이 나온 지난달 29일 지자체로부터 반발이 나오면서 정부와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1·29 대책에 대해 "서울시가 제시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마저 배제된 대책"이라면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시는 대책에서 나온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1만 가구 공급과 태릉CC 부지 전환에 대해서도 "시에선 최대 40% 이내의 적정 주거 비율을 유지해 양질의 주거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1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를 고려해 절차를 밟으면 사업이 2년가량은 지연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기도 과천 경마장과 방첨사령부 부지에 9800가구를 짓겠다는 계획에 과천시 등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과천은 현재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지구, 주암지구, 갈현지구 등에서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도시 기반 시설 수용 능력이 초과한 셈입니다. 과천시는 "추가 주택공급은 시민 의견과 맞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도 경마공원을 이전해 집을 짓겠다는 계획에 "이번 발표는 당사자인 공공기관과의 일절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자행된 불통 행정의 전형"이란 평가를 내놨습니다. 이어 "선거를 앞둔 조급함에 국가 기간 산업인 말산업의 뿌리를 흔들고 2만4000명 종사자의 생존권을 짓밟는 행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마공원은 단순한 개발 대상지가 아니라 연간 420만명의 국민이 찾는 소중한 레저·문화 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디'에 공급할지를 공개했지만 '무엇'을 '얼마나' 공급할지가 빠진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나 임대주택 비중이 클 경우 기존 주택이나 선호도가 높은 청약 등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이번 대책을 본 실수요자들은 "용산 1만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채울 계획이냐" ,"10평짜리 수만가구 공급하면 무슨 소용이냐", "구체적인 규모 등이 나오지 않은 것은 양질의 주택을 안 내놓는 게 아니라 못 내놓기 때문"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기존 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향후 주거복지 추진 방향에 따라 공급 비중 등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셈입니다.
2027년부터 착공에 들어간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가장 빠른 곳이 2027년 착공이지만 나머지 지역들은 이후에 착공하는 곳도 많습니다. 착공에 들어가면 완공까지 최소 2~3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입주까지는 3~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단 얘기입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공급이 수년 뒤부터 공급된다면 그사이 집값은 불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이 요구하는 건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이라면서 "이번 대책에 포함된 부지에서 실제 입주가 이뤄지려면 최소 수 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누적된 매수 대기 수요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공급은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한 축을 담당했는데 공공주도방식으로만 진행하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동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결국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입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민간 주도의 대규모 공급 확대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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