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도 아파트처럼 서울과 그 외 수도권(인천·경기) 간 가격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와 월세가 같이 오르는 서울과 달리 인천 등지에선 매매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와 인천은 오피스텔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월세는 계속 뛰고 있어 서민층의 주거 불안 우려도 나온다.
경기 오피스텔 가격, 2년째 하락
3일 부동산 플랫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인천은 올 하반기 공급 예정된 오피스텔이 없다. 지난 3월 미추홀구 ‘용현 우방 아이유쉘 센트럴마린’(76실)과 이달 서구 ‘푸르지오 스타셀라49’(50실)가 공급된 게 전부다. 경기 지역도 올해 들어 공급된 오피스텔이 하나도 없다.
오피스텔 거래량은 소폭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인천 오피스텔은 831건 매매됐다. 지난해 1분기(767건)보다 많다. 직전 분기(730건)와 비교해도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도 2604건에서 2848건으로 증가했다.
공급은 줄고, 거래량이 늘어나면 매맷값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인천과 경기 오피스텔 가격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올해 1분기 오피스텔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인천(-0.81%→-0.96%)은 지난 분기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전용면적 1㎡당 가격도 2022년 387만원에서 2023년 351만원으로 내렸다. 지난해는 354만원으로 증가했지만, 올해(4월22일 기준)는 346만원을 기록해 다시 하락하는 추세다.
경기 지역 오피스텔은 지난 분기보다 가격이 0.40% 내렸다. 2022년 7월(-0.01%) 하락 전환한 이후 2년 넘게 내림세를 보였다. 미분양을 털지 못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수익형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가 부진해 매물이 쌓인 영향이란 분석이다. 3~4년 전 공급한 인천 ‘계양 유탑 유블레스’(408실), ‘석남역 브라운스톤 더프라임’(134실) 등에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있다. 석남동 A공인 관계자는 “대출이 강화된 이후 오피스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며 “미분양도 심해 계약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서울은 월세, 매매 가격 동반 상승
올해 들어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오르고 있다. 지난 1월(0.01%) 2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누적으로는 0.03% 올랐다. 마포 도화동 ‘한화 오벨리스크’ 전용 33㎡는 최근 4억33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면적의 직전 거래가(4억6000만원)보다 7000만원가량 올랐다.
서울과 달리 인천과 경기 오피스텔 가격은 반등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가격 상승률이 낮아 선호도가 낮은 편”이라며 “금리가 낮아지거나 아파트값이 급등하면 수요가 유입될 수 있지만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피스텔 임차 수요는 꾸준하다. 오피스텔은 연립·다세대(빌라)보다 아파트와 비슷해 비교적 정주 여건이 양호한 편이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며 오피스텔 월세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텔 월세는 전 분기보다 0.44% 상승했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1.3%, 0.43% 올랐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전용 59㎡)는 지난 3월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이어 4월에는 경기 용인 기흥 ‘기흥역 파크 푸르지오’(전용 84㎡)가 보증금 1억원, 월세 105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수요자를 위해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이 필요한데 전국적으로 입주량이 크게 줄었다”며 “수요 높은 신축이 감소해 월세가 오를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입주는 2023년 5만5948가구에서 올해 3만2916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