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은 임기 초에 빠르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도입은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한 뒤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경제5단체장과 만나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계엄 선포하듯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경영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의 특성상 대화를 통한 절충을 기대하고 있다.
● 상법 개정안으로 ‘쪼개기 상장’ 방지
상법 개정안은 이 대통령이 우선 순위를 두고 처리할 경제산업 정책으로 꼽힌다. 이 대통령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취임 후) 2, 3주 안에 처리할 것”이라며 “국회에서 이미 한 번 (본회의 통과를) 했으니 보완해서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이사회가 ‘쪼개기 상장’을 하거나 ‘회사 간 합병 비율’을 정할 때 대주주 입장을 주로 반영한 탓에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컸다는 인식에서 나온 해법이다.
또 이사를 선출할 때 소액주주의 입김이 많이 반영되는 방식인 ‘집중투표제’도 활성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기업이 계열사를 분리해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쪼개기 상장을 하면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신주를 일정량 배정하는 정책도 제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 근로시간 줄이기 논의 본격화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내세운 게 주 4.5일 근무제다. 4.5일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시범 사업을 먼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공짜 근로’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포괄임금제 금지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정년 연장도 새 정부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63세인 연금 수령 시점이 2033년에는 65세로 늦춰진다. 여기에 맞춰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한 뒤 올해 안에 입법에 나설 방침이다.
● 노사 의견 갈리는 노란봉투법
이재명 정부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두 차례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좌초됐던 노란봉투법 입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법 2, 3조를 개정하는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가 원청 기업에 단체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기 때문이다.
원청 기업이 하도급 노동자와도 단체협상을 해야 한다는 부분에 산업계 우려가 적지 않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하도급에 맡기던 부품 공급을 아예 해외에 맡기겠다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산업계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산업 노동 공약과 관련해선 절충점을 찾기를 기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 4.5일제와 정년 연장의 방향성에 공감하지만 일단 단계적으로 시행해 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을 시행한다면 노조법의 전체적인 개정을 통해 단체교섭의 요건을 명확히 하고, 단체협약의 체결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내용을 규정해야 현장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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