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은 올 1분기 저점을 찍은 뒤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겁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0일 열린 올해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으로 ‘불확실성’이란 말을 반복했지만, HBM을 얘기할 때는 달랐다. 김 부사장이 자신감을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2분기에 5세대 HBM(HBM3E) 개선품을 주요 고객사에 납품하기 시작하고, 하반기엔 파운드리사업부와 협업해 생산하는 6세대 HBM(HBM4)이 출격하기 때문이다.
◇2분기 HBM3E 개선품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19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30일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23조원)보다 17% 줄어든 수치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로 HBM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다. HBM3E 개선품을 개발한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의 HBM 주문이 연기된 것도 매출을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사업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정보기술(IT) 제품 구매가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덩달아 감소하기 때문이다.
버팀목은 HBM이다. 성능을 끌어 올린 HBM3E 개선품이 조만간 매출로 잡혀서다. 김 부사장은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2분기부터 본격 납품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맞춤형 HBM4 승부수
하반기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선봉에는 HBM이 설 전망이다. 3분기부터 HBM3E 12단 개선품 판매가 본격화하는 데다 HBM4도 출격한다. HBM4는 이전 세대 제품과 달리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을 활용해 생산한다. HBM 경쟁의 판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HBM4에 승부수를 던졌다. 고객사의 특화 주문을 반영해 제작하는 ‘맞춤형’ HBM을 HBM4부터 적용하기로 한 것. 7세대 HBM(HBM4E)부터 맞춤형 제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 차별화된 행보로 평가된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하는 삼성전자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지붕 아래서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만큼 TSMC 등 외부 협력사와 협업해야 하는 경쟁사보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사 파운드리사업부의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첨단 공정을 활용해 베이스다이를 제작할 계획이다.
◇128GB DDR5 출격
범용 메모리 시장에선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대응한다. 128GB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공급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다.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김 부사장은 “미래 시장을 타깃으로 한 저전력(LP)DDR6와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개선한 LPW(저지연광폭입출력) D램, LP-PIM(저전력-프로세싱인메모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과 관련해 고객사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에선 8세대 V낸드플래시로의 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 파운드리사업부는 2㎚ 최첨단 공정과 특화 공정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시스템LSI사업부는 고객사 대상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 공급을 추진한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