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 낀 채 남긴 유언…'상속' 효력 인정될까

3 weeks ago 11

사진=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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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병상에서 남긴 유언의 효력을 둘러싸고 은행과 소송전을 벌인 A씨가 약 4년 만에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판결을 받았다.말로 남긴 유언, 이른바 '구수증서 유언'이 인정될 수 있는지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낸 예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사건은 2021년 병원에서 이뤄진 유언에서 시작됐다. 망인은 사망 사흘 전 병실에서 증인들이 입회한 가운데 자신의 예금 채권과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전 재산을 특정인에게 넘긴다는 취지로 말을 남겼다. 해당 내용은 다른 증인이 받아 적고 낭독했으며, 변호사가 전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예금 지급을 거절했고, 수증자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유언을 무효로 봤다. 망인이 의식이 또렷해 재산과 유증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녹음 등 다른 방식으로도 유언이 가능했는데 굳이 '구수증서 유언' 방식을 택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또한 녹음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망인이 일부 계좌번호조차 겨우 기억에 의존해 어눌하게 말할 정도였다"며 "의사능력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녹음 방식의 유언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질병 등으로 인해 다른 방식의 유언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구수증서 유언이 허용될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자필, 녹음, 공정증서 등 방식의 유언만을 인정하면서도, 질병 등으로 긴급한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구수증서 유언을 허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당시 건강 상태와 실제 유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하급심이 유언 방식의 '보충성'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병상에서 이뤄진 유언의 효력 판단 기준을 보다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단순히 의식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다른 유언 방식이 가능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 구수증서 유언 인정 범위를 둘러싼 판단 기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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