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최근 5년간 70% 넘게 증가해 8만6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소아 우울증은 사춘기 반응과 혼동하기 쉬워 보호자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소아·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2020년 4만9983명(남성 1만8834·여성 3만1149명)에서 지난해 8만6254명(3만1055명·5만5199명)으로 72.6% 증가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기간 10∼19세인 10대 환자는 2020년 4만8645명(남성 1만8012명·여성 3만633명)에서 지난해 8만3520명(2만9262명·5만4258명)으로 71.7% 늘었다.
10세 미만 환자 역시 1338명(남성 822명·516명)에서 2734명(1793명·941명)으로 무려 104.3%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우울증 환자는 83만7808명에서 110만9300명으로 32.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0세 미만과 10대 환자에서 유독 많이 증가한 셈이다.
소아 우울증은 성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우울감과 의욕 저하가 주요 증상이고, 식욕 저하나 불면증, 집중력 저하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거나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의욕이 사라지는 아이들도 많다. 성인과 달리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불안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가령 초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학업에 부진하다면, 부모는 ADHD를 가장 먼저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소아 우울증에 동반된 집중력 저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본인이 우울한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짜증을 내거나 사소한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해 사춘기와 혼동되는 경우가 잦다.
사춘기 때 흔히 발생하는 감정 기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울증에 의한 감정 변화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
사춘기와 소아 우울증을 구분하려면 부모가 아이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우울함이나 과민함이 2주 이상 지속되는지 살펴야 한다.
또 예전에는 즐거웠던 일에 흥미가 떨어지고 즐거워하지 않거나, 수면 패턴이나 식욕의 변화, 평소와 다르게 남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하는지도 부모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특히, 소아 우울증으로 진단된 후에는 치료 과정에서도 지치지 않고 아이를 지지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