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메뉴는 아예 안봐”…‘외식 객단가’ 5년만에 줄었다

12 hours ago 2

외식비 다이어트로 객단가 2만3368원
음료 등 추가 주문 줄이고 저가 메뉴로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밥족’도 영향

자장면 판매를 알리는 메뉴판(자료사진) 뉴스1

자장면 판매를 알리는 메뉴판(자료사진) 뉴스1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지인 씨(32)는 올해 들어 음식을 주문할 때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지 않는 ‘외식비 다이어트’에 나섰다. 짜장면을 시킬 땐 ‘군만두 추가’ 버튼을 누르지 않고 참았다. 피자를 주문할 때도 좋아하던 3500원짜리 고구마무스를 추가하지 않았다. 윤 씨는 “물가가 무섭게 올라가 외식비를 1000원이라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국밥을 먹어도 ‘특’ 사이즈 주문은 피한다”고 했다.

● 외식 한 번에 쓰는 돈, 5년 만에 감소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윤 씨처럼 메뉴 수를 줄이는 식으로 돈을 아끼려는 이들이 늘면서 우리 국민이 외식 한 번에 쓰는 돈인 ‘외식 객단가’가 5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외식 객단가는 2만3368원(한식 중식 일식 베트남식 등 기준)으로 추산됐다. 지난해(2만3582원)보다 0.9% 줄어든 수준이다. 피자도 외식 객단가가 2만3978원으로, 지난해보다 0.5% 줄었다. 전년 대비 외식 객단가가 감소한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객단가는 1~6월 치를 조사해 그 해분을 추산한다.

외식 물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객단가 하락 폭은 더 크다. 메뉴 1개당 가격이 오르자 주문하는 가짓수를 줄이거나, 전보다 저렴한 메뉴를 시킨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대비 24.6% 올랐다. 회사원 김동하 씨(27)는 “전에 먹던 대로 먹으면 1인분에 1만5000원은 써야 한다. 식당에서 음료 주문은 피하는 식으로 한 끼 식대를 8000~1만2000원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동대문구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하모 씨(40)는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손님들이 사이드, 추가 메뉴를 줄이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줄어든 객단가만큼 손님이 늘지 않아 6월 이후론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내보내고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물가, 1인 가구가 객단가 감소 이끌어

1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5.5.15 뉴스1

1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5.5.15 뉴스1
전체 가구 중 35%를 넘긴 1인 가구의 증가세도 객단가 감소에 영향을 줬다. 한 끼에 많은 양을 먹지 못하는 1인 가구가 늘어나서 객단가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승우 유로모니터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 1인 가구 증가세로 감소하는 객단가 상승분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라고 했다.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객단가에 이어 외식 산업 자체도 축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부문 실질 지출액은 전년 대비 0.9% 줄었다. 올해 역시 1분기(1~3월) 외식업의 활력도를 보여주는 음식점 생산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줄어들었다. 배달 시장 역시 2023년 사상 처음으로 거래액이 감소했다. 지난해 다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애플리케이션(앱)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할인 경쟁’이 벌어진 영향이 컸다. 실제 대다수 배달앱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줄어들었다.

외식 업체들은 외식 부진에 맞서 궁여지책으로 메뉴 객단가를 줄이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33)는 최근 2인 이상의 손님만 받던 가게 방침을 바꾸고 칼국수와 맛보기용 수육을 포함한 1만3000원짜리 1인용 메뉴를 신설했다. 김 씨는 “객단가 3만 원의 2인 손님만 기다리는 것보다 1인 손님 3명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해 (신메뉴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간 객단가 감소 추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는 한 (객단가 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100만 명을 넘은 자영업자 폐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일선 업체나 정부 모두 현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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