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 내 자동차 생산에 86억 달러, 부품 물류 철강에 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에 63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조지아주 자동차 공장을 증설하고,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지어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미 투자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 대미 정상 외교가 실종된 상황에서 기업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다음 달 2일로 예정된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서 백악관은 관세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며 현대차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향후 관세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현재 미국의 관세 공격은 한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한국을 꼭 집어 미국의 대표적 무역적자국 중 하나로 언급했고, 미국의 입장에서 불공정 무역을 하는 나라로 보는 ‘더티 15’에도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예외가 없을 것이라던 상호 관세에 대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국가에 적게 부과하거나 면제해 줄 수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일단 고관세로 압박한 뒤 양자 협상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이 투자와 일자리로 미국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조선, 방산 분야 등의 협력을 제시하는 등 설득 카드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관세를 피하려 대미 투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칫 국내 투자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관세 장벽이라는 트집을 잡히지 않도록 반시장적 법률과 규제도 적극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 우호적 분위기를 이끌 첫 물꼬는 기업이 텄다. 이젠 정부가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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