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유시민 씨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설난영 씨를 두고 했다는 말이 가히 충격적이다. 유씨는 그제 밤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결혼 당시)설씨는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었고 김 후보는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이었는데 김 후보는 ‘학출’ 노동자, 대학생 출신 노동자여서 그 관계가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설씨가 생각하기에 (김 후보는) 자신과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으며 살다가 국회의원 사모님이 되고 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되면서 남편을 더욱 우러러보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 배우자라는 자리는 설씨의 인생에서 갈 수 없는 자리여서 그러니까 이 사람이 제정신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했다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천박한 여성 비하, 고졸 무시, 노동자 폄하 발언이다. 유씨는 여성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에게 예속된 부속물로 보는 봉건적 남성 우위 세계관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고졸과 대졸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아야 한다는 학력주의와 노동자 출신은 사회 지도층이 돼선 안 된다는 계급주의 가치관도 거침없이 표출했다. 진보 진영의 스피커를 자처하는 사람이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니 기가 막힌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의 어제 SNS를 보면 유씨의 발언이 얼마나 가당찮은지 알 수 있다. 1991년 복학생 유씨는 후배인 윤 원장에게 졸업시켜달라고 사정하며 필기노트를 빌렸다고 한다. 자신 같은 훌륭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원장은 “필기노트를 빌려준 게 어제처럼 후회스러운 적은 없었다”며 “유씨는 서울대 졸업장이 그렇게 자랑스럽습니까”라고 물었다.
오죽했으면 국민의힘, 개혁신당, 민주노동당은 물론이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여성단체들까지 유씨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을까. 더불어민주당만 유씨를 특정하지 않고 모든 민주 진보 스피커는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논평만 내놨는데 성난 민심에는 현저히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