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동걸린 주 4.5일제, 나라 안팎 경제 파고 안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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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논란의 주 4.5일 근로제에 시동을 걸었다. 법제처가 올 연말까지 법안을 제·개정해야 한다며 만든 ‘국정과제 입법계획’ 속의 ‘실노동시간 단축지원법’이 그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 공약을 조기에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법안은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주고 신규 인력 채용 시 인건비 지원 방안까지 담겼다. 국회도 아닌 법제처 차원의 안에 이처럼 무리한 유인책을 담은 것을 보면 4.5일제 시행에 대한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4.5일제 도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고용·노동시장을 넘어 사회에 파급효과가 너무 클 뿐 아니라 이해 당사자도 미래세대까지 우리 사회의 전부가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문제는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노동 생산성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근로 시간만 덜컥 줄이면 기업과 각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줄어드는 노동시간만큼 기업은 인력 충원을 해야 하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심화도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 전반에 미칠 분위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적게 일하고, 더 놀고, 그대로 받자’는 풍조가 퍼지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우려스럽다. 오늘날 이만큼의 한국을 이룬 성장과 발전의 가치가 무너지면 한국은 ‘소득 3만달러 늪’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재정 위기가 사회적 소요와 함께 정치 위기로 비화하면서 온 나라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프랑스 사태의 원인이 성급한 노동시간 단축 때문이라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한번 단축된 근로시간은 근로 의욕만 줄일 뿐 오류와 실책이 거듭 확인돼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주 35시간제로 앞서 달렸던 프랑스의 굴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성급한 주 4.5일제가 아니라 경직된 고용과 노동 규제를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 고용과 근로의 형태, 임금제도에서 바로잡아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경제단체마다 개혁 리스트가 쌓여 있다. 노란봉투법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을 정부가 시동 걸면서 산업계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민노총 등 노동계의 압박을 정부가 너무 의식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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