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영 무역협상, 트럼프 '관세폭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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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09 17:51 수정2025.05.09 17:51 지면A23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유예한 지 약 한 달 만에 영국과 가장 먼저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관세전쟁 이후 첫 번째 성과로, 한국 등 다른 국가에 협상 타결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관심사인 미국 상품 수입을 늘려주는 대신 자동차, 철강 등의 관세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새롭게 부과된 각종 관세를 모두 없애지는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우를 받는 수준에서 절충했다는 평가다. 오늘 열리는 미·중 무역협상의 기대도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관세를 145%에서 50%대로 낮추는 협상안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전했다.

미·영 무역 합의는 한국도 미국과 주고받기식 거래를 통해 상호관세(25%)나 품목별 관세를 어느 정도까지는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간 ‘관세 폭탄’은 일단 세게 불러 놓고 보는 트럼프식 협상술의 일환이란 걸 확인해준 셈이다. 영국이 선례를 남긴 만큼 자동차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율을 낮춰달라고 할 명분도 확보했다. 일정 물량까지 관세를 낮추는 저율관세할당 방식을 적극 활용해 볼 수 있다. 다만 ‘10% 기본관세’는 미국의 확고한 방침으로 보인다.

물론 한·미 간 협상은 미·영 협상보다 더 큰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협상 난도가 비교적 낮은 영국을 첫 번째 타결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에 영국은 무역수지 적자국인 반면 한국은 아홉 번째 무역흑자국(660억달러)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다음주 방한 예정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한국에 농축산물, 에너지, 항공기,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가 시장 개방과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하고 일부 품목만 예외나 저율할당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조선, 에너지 등 양국 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미·영 합의와 더불어 우리에 앞서 진행 중인 미·일 협상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다각적인 협상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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