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시 투표 관리에 허점…부실 선관위, 이대로 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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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30 17:39 수정2025.05.30 17:39 지면A23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관리 부실이 또 터졌다. 서울의 한 대선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외부로 반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관외 사전투표자가 몰리자 내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용지를 받은 선거인들을 투표소 밖에서 대기하게 하다 사달이 났다. 용지를 들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추가 신분 확인 없이 투표하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면 용지 발급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기본을 안 지켜 일어난 일이다.

이뿐만 아니라 투표 사무원이 배우자 신분증으로 대리 투표하고 자신의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하는 일도 있었다. 투표함에서 지난 총선 때 기호 2번 후보에게 기표한 용지가 발견된 곳도 있다. 선관위가 투표 관리 부실로 불신을 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3년 전 ‘3·9 대선’ 사전투표 땐 용지를 소쿠리, 라면 박스, 쇼핑백 등에 담아 투표함에 넣는 사태가 발생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에게 용지를 다시 발급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선관위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대선의 의미를 무겁게 인식하고 엄정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가 투표 첫날부터 또 사과했다. 세계 최고의 선거 관리 체계를 자랑하더니 대체 언제까지 고개만 숙일 건가. 선관위는 선거 부실 관리뿐만 아니라 편향성 논란도 여러 차례 일으켰다.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내세워 감사원 감사 등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면서 가족 채용 비리 온상을 만들었다.

부정선거 시비로 시끄러운 마당에 투표 관리 부실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더 이상 선관위 자체 노력에만 기대하기 어렵다. 특별감사관 도입 등 외부 감시·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법관과 지방법원장이 각각 중앙선관위원장과 지역선관위원장을 비상근으로 겸임하는 구조를 깨 선관위 수장이 선거관리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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