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3조5000억원이 들어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기본설계 최종안을 국토교통부에 내면서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84개월(7년)에서 108개월(9년)로 2년 연장하고 공사비도 1조원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토부가 보완을 요구했고, 현대건설은 그제 설명 자료를 제출하며 고난도 공사라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토부는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고 새 사업자를 찾는다는 방침이지만, 공사를 맡겠다고 나설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지난해 경쟁입찰이 네 차례나 무산돼 수의계약으로 현대건설이 떠맡듯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유일하게 나선 현대건설마저 두 손을 든 마당이니 당초 목표인 2029년 개항은 물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사태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합작한 포퓰리즘의 예정된 결과물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사안을 뒤집고 가덕도신공항을 살려낸 건 문 정부다.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줬다. 지역 표심 앞에서 여야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윤 정부는 엑스포를 유치한다며 2035년 6월이던 개항 목표를 5년 반이나 앞당겼다. 이를 위해 해상에 지으려던 공항을 육지와 바다에 걸쳐 짓는 것으로 바꿔 ‘부등 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현상)에 따른 안전 우려까지 키웠다.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 모든 포퓰리즘을 걷어내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경제성 검토를 다시 하거나 백지화할 용기도 필요하다. 건설을 되돌릴 수 없다면 무엇보다 안전 문제만큼은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 무리하게 개항을 서두를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참사가 준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길 바란다. 표 좀 얻으려고 엄청난 혈세가 투입될 국책사업을 몰아붙인 정치권도 더 이상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