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전기차, 첨단로봇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제품에 대해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경(9월 18일자 A1, 3면) 보도다. 미국과의 관세 후속 협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려는 취지인데, 관세 폭탄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기업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들로부터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로 인한 피해 규모, 생산세액공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 등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한다. 생산세액공제가 시행되면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에 타격을 입은 자동차업계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하반기에만 관세로 3조2300억~4조5700억원의 손실의 볼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는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을 타결했지만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35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수익 배분 등을 놓고 양측 견해차가 워낙 커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기에 몰린 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지원책 마련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게다가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세수 감소를 이유로 당초 세제 개편안에서 빠져 기업들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씨앗 빌려서라도 농사 준비하는 게 상식”이라며 확장 재정을 주문한 마당이다. 이 제도가 고사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줄 건 분명하다.
다만 검토 중인 생산세액공제는 ‘국내 생산·국내 판매’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첨단산업 국내생산촉진세제법안은 발의 때부터 이런 제약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생산비의 30~40%를 현금으로 지원한다. 흑자 기업만 혜택을 받는 세액공제 방식에서 벗어나 손실이 발생한 기업도 지원받을 수 있는 과감한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이왕에 관세 태풍권에 들어선 기업이 국내에서 농사를 짓게 하려면 정부가 ‘통 크게’ 씨앗을 대주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