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낸 항공사 운수권 배제…국토부, 항공안전혁신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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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망사고를 낸 항공사는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방위각시설과 종단안전구역 등 공항 시설도 개선한다. 항공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국적사의 면허관리 제도도 대폭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 혁신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발생한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항공안전 혁신 위원회를 구성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했다.

위원회는 항공운항 안전, 공항시설 개선 등 분과별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공개 토론회와 현장 종사자 면담·설문 등을 거쳐 대책을 확정했다. 앞서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나온 항공 안전 대책에서는 항공사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번 위원회는 공항 시설 개선과 정부 안전감독 역할 강화 등 항공안전체계 전반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 대책을 내놨다.

우선 국적 항공사가 신규 면허를 발급할 때 항공사의 안전투자능력(자본금)과 인력·장비 확보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다. 신규 항공사의 안전 투자와 소비자 보호 여력을 강화해 국적 항공사의 안전한 경영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다.

항공운송사업 면허 발급 때 필요한 자본금 요건을 상향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국제선과 국내선 각각 자본금 150억원, 50억원만 있으면 항공사업을 할 수 있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항공사 면허 자본금 기준이 2009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손볼 시기가 됐다”며 “적정한 자본금 규모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중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다. 면허를 이미 발급받은 항공사는 발급 기준 충족 여부를 주기적으로 심사한다.

또 대주주 및 주요 임원 등 경영권 변동이 생길 경우 재무 능력 및 사업계획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은 항공사 지배구조 변경 때 사후 보고 의무만 있다.

항공사별로 안전성에 따라 운항 기회에 차등을 둔다. 항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항공사는 사고 발생일로부터 1년간 운수권 배분에서 전면 배제한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페널티를 부과하고 사고조사 발표 결과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 즉시 해제한다. 다만 테러나 천재지변 등 대외적인 환경에 의한 사고는 제외한다. 1년 후 해당 항공사의 안전 체계를 평가해 해제 여부를 검토하고 안전 체계가 확보된 경우에만 운수권 배분 신청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운수권 배분 심사 때는 안전성 배점을 높인다. 안전성 및 보안성 평가지표 총점을 기존 35점에서 40점으로 상향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을 위한 항공사의 경쟁이 치열해 평균적으로 가장 점수가 높은 항공사와 낮은 항공사 간 3~4점 차이가 난다”며 “5점 이상 차이 나면 운수권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 위주의 항공 사고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대표적으로 비행 전후 및 중간 점검 등 정비시간을 확대한다. 항공사의 정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가령 B737 기종은 비행 전후 점검을 기존 73분에서 80분, 중간 점검은 28분에서 30분으로 조정한다. 또 항공사별 최소 정비인력 산출 기준상 경력 기준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강화한다.

항공 안전 담당 조직 개편도 논의한다. 항공안전 혁신 위원회가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해 별도의 항공안전 전담 조직 설립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후 항공안전청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채연석 항공안전 혁신 위원회 위원장은 “항공 안전과 관련해 일하는 공무원 수가 너무 적다”며 “조직과 예산 문제를 손질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방위각시설과 종단안전구역 등 공항 인프라 시설을 개선한다. 둔덕 형태거나 콘크리트가 사용된 공항의 방위각시설은 지면 형태나 부러지기 쉬운 경량 철골구조로 바꾼다. 무안을 비롯해 광주, 여수, 포항경주, 김해, 사천 등 6개 공항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한다. 제주공항은 다음달까지 진행되는 철골 구조 분석 결과에 따라 수행 시기를 조정한다.

전국 공항이 240m 이상의 종단안전구역을 확보하도록 한다. 불가피하게 종단안전구역 확보가 어려운 울산, 포항경주, 사천 공항은 활주로 이탈방지 장치(EMAS)를 설치하도록 할 계획이다. 연내 설계를 마치고 2026~2027년 중 설치를 완료한다. 신공항인 가덕도를 비롯해 울산, 흑산 등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부터 EMAS 도입을 검토한다.

조류 충돌예방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종합 대책도 마련했다. 올 하반기 민간공항 최초로 무안공항에 조류탐지레이더를 시범 운용한다. 내년부터 인천, 김포, 제주공항 등에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조류 접근 방지용 드론은 민·군 겸용 공항을 중심으로 우선 투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류 분석·탐지 기능 및 조명·조류기피제 등을 탑재한 드론을 개발해 2028년까지 전국 공항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인력 부족 문제가 지적돼 왔던 조류충돌예방 전담 인력을 늘린다. 기존에는 최소 전담인력이 2명이었는데 4명까지 확대한다. 운항 횟수가 적어도 조류 충동률이 높은 경우 인력을 추가 확보하도록 한다. 모든 공항에 조류 탐지용 열화상 카메라를 1대 이상 배치하도록 한다. 또 중대형 조류 대응을 위한 음파 발생기를 연내 추가 도입하고 레이저건, 조류 충돌 예방 활동 차량 등 장비를 확충할 방침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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