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제5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
이재명 대통령 ‘원시적 약탈금융’ 지적에
당국,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추진
등록제로 난립해있는 추심업체들
900여곳서 30여곳으로 줄어들 전망
하나금융, 중저신용자 대상 3조원 공급키로
금융당국이 대부업의 한 종류인 매입채권추심업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한다.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인력이 5명 이상 있어야 하고 금융회사 50% 이상 출자, 자본금 30억원 등의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원시적 약탈금융’이라 지적해온 채권추심업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허가제 전환 시 900여개 업체가 난립해있는 시장은 30여곳 수준으로 정리되고, 과당 경쟁에 따른 연체채권 가격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포용적 금융 대전환 5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매입채권추심업 허가제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매입채권추심업은 대부업의 일종으로, 금융회사·대부업자로부터 연체채권을 사들여 채무자에게 직접 추심하는 업종을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궈 정리 과정에서 등록제로 도입됐다. 금융회사가 부실채권을 매각해 건전성을 제고하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
다만 정성적인 심사가 없는 등록제의 한계로 인해 부적격자를 사전에 걸러낼 수 없고, 영세업체가 난립해 당국의 감독도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등록 매입채권추심업자 수는 911곳이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영세업체가 난립한 결과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를 통해 연체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추심 강도도 높아지는 문제점이 제기돼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고 지적한 점 역시 이 때문이다. 실제 매입채권추심업체들이 은행·저축은행·여전사 등으로부터 사들이 연체채권의 매입가율은 2019년 15.2%에서 매년 올라 지난해엔 36.1%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금융위는 매입채권추심업의 구조 조성을 위해 허가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인적 요건으로 매입채권추십업은 계좌 압류, 강제 집행 등 법조치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인력을 반드시 5인 이상 포함하도록 했다. 여러 채무자의 연체정보 등 민감정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점을 감안해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정보처리·통신 설비도 갖추도록 했다. 여기에 자본금 30억원, 금융회사의 50% 이상 출자 등 일반(위탁) 채권추심업 수준의 허가요건도 적용하기로 했다. 또 법령에서 정하는 업무 외 다른 업무를 겸영하거나 금전대부업, 대부중개업 등을 겸업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여신 과정에서 업체가 취득한 개인 정보를 추심에 활용하거나, 채무자 추심을 진행하면서 본인 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빚을 갚아라고 권유하는 영업행위 등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이번 허가제는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뿐 아니라 기존 매입채권추심업체들에도 적용된다. 다만 기존 업체들은 영업을 유지하면서 허가 요건을 충종시킬 수 있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금융회사 50% 출자 요건’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법 개정안을 8월까지 마련해 연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로 매입채권추심업체는 30여개 수준으로 정리될 것으로 금융위는 예측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채권추심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이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방식으로 채무자에게 장기간 과도한 부담과 고통을 준다면 더 이상 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6월 출범을 예고한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의 세부 구성·운영방향도 발표했다.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잔인한 금융’에 대해 잇달아 경고장을 내민 이후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 구조를 전면 재설계하기 위한 민관 태스크포스(TF)다.
추진단은 감독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로 운영된다. 감독총괄분과는 금융회사들이 포용금융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지정 등 지배구조 정립, 임직원 면책 등 금융시스템 전반의 규범·철학을 살펴본다. 정책서민분과는 정책서민금융체계 전반을 원점에서 점검하는 한편, 금융회사들에 적용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를 구축한다. 금융·고용·복지 등 복합지원 모델을 중심 의제로 삼을 계획이다.
금융산업분과는 건전성 규제 전반을 점검하고 인터넷은행, 상호금융 등의 포용금융 역할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IMF, 카드사태 이후 건전성 중심의 규제체계가 의도치 않게 금용배제를 확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 만큼, 건전성 규제의 설계원칙을 되돌아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신용인프라 분과는 포용금융의 핵심기반인 신용평가체계를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과거 금융이력 중심이 아닌 현재의 상환능력과 의지를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연체정보 활용기준과 비금융정보 활용체계를 함께 정비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6월 현장대토론회를 시작으로 추진단을 가동하고 성숙된 과제부터 포용적 금융 대전환회의에서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선 하나금융지주가 포용금융 이행방안을 소개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조원 규모의 특화 금융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조원 규모의 ‘하나원큐중금리대출’과 1조원 규모의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이 오는 6월 출시된다. 하나원큐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을 연 5.5% 고정금리로 대출해주는 중저신용자 전용 대출이다.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은 하나은행 대출 원리금을 성실히 상환 중이거나 전액 상환한 이력이 있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대 1000만원 한도 내에서 최저 연 4.5%의 금리로 무보증 신용대출을 지원한다.
하나금융은 또 200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선제적으로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특수채권 편입 후 5년 경과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채무자 관련 채권이 주요 대상이다. 이밖에 ‘청년지킴이 전세사기 보장보험’을 출시해 전세대출을 신청하는 청년 3만명에게 무료 보험을 제공하고, 하나미소금융재단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해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 소외자 대출 상품 4종 세트’를 취급하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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