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전북)=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웬일로 젊은 친구들이 굿을 친대서(장터를 연다고 해서) 구경하러 왔다.”
인구 1600여명인 지역에 400여명이 한곳에 모였다. 유일한 학교인 풍산초등학교 전교생 22명 중 17명도 함께 했다. 주민들과 사회연대조직이 처음 개최한 장터가 이들을 이었다. 아이들은 장터 옆 운동장에서 뛰놀거나 바로 옆 작은도서관에서 어르신들 돌봄 아래 책을 읽었고, 어른들은 공연을 관람하며 장을 봤으며 장터에 참여한 소상공인들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 9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산울림센터 앞에서 열린 ‘풍구장터’ 풍경이다.
![]() |
| 지난 9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산울림센터 앞에서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이 개최한 '풍구장터'. 이날 하루 이 지역 주민 1600여명 중 400여명이 장터를 찾았다.(사진=순창군) |
마을주민엔 소비처 제공, 소상공인은 매출 늘려
장터엔 협동조합과 농가 등 33곳이 참여했다. 풍산면에 있는 가게는 식당, 주유소, 신선식품이 없는 마트 등 3곳이 전부다. 주민들은 소비를 하려면 읍으로 나가야 하는데, 이날 풍산면을 제외한 1개 읍과 9개 면의 33개 매장이 풍산면 주민을 찾아온 셈이다. 이날 하루 기본소득으로만 결제된 금액은 1650만원에 달했다.
장터를 기획한 건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연대조직이었다. 매달 15만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되지만 정작 사용할 곳이 없어 주민들 불편이 컸고 이 지역 주민단체가 움직였다. 구준회(49) 풍산주민자치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민들이 겪는 불편사항은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단체가 가장 잘 안다”며 “기본소득 사용처가 부족한 문제가 대두됐고 이를 우리가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터는 청년 소상공인에게 특히 각별했다. 서유미(29) 시골소녀방앗간 대표는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월 고향인 순창으로 내려와 읍내에 방앗간을 열었다. 미숫가루, 들깻가루 등을 판매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이날 장터는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서 대표는 “이렇게 많이 팔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벌써 품절이 됐다”며 매대를 가리켰다. 이어 “매장은 읍에 있지만 앞으로 면에서 장터를 열 때마다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 |
| 지난 9일 전북 순창군 풍산면 산울림센터 앞에서 열린 '풍구장터'에 참여한 소상공인들. 풍산면이 아닌 읍면 소재 소상공인들이 참여했다.(사진=서대웅 기자) |
‘소셜창업’ 통해 청년 정주 늘린다
순창이 인구감소 지역이 된 건 청년들이 거주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순창군에 따르면 2024년 청년등록사업체 1594개 중 151개가 문을 닫았다. 청년 창업 기준 폐업률이 9.5%에 달한다. 제조업 등 일자리가 부족한 가운데 청년이 먹고 살길은 창업하는 것이지만, 문을 열어도 지속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다. 인구감소 지역 대부분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도 이 지점에 주목하고 ‘농촌 소셜창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구매력은 높아졌으나 사용처가 부족한 문제를 창업 지원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주민들에겐 기본소득 사용처 확대를, 청년에겐 창업 기회와 정주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학생들로 구성된 청년 서포터스 10개 팀을 선발해 전국 10개 지역에 파견했다. 서포터스가 지역별 주민 수요를 조사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창업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날 장터에도 순창에 배치된 대학 서포터 5명이 함께 했다. 장터를 찾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장터가 마감된 후엔 마을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학생들은 다음날인 10일에도 마을 곳곳을 누비며 순창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다녔다.
![]() |
|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 소셜창업' 서포터스에 선발된 대학생들이 지난 22일 순창군청에서 조사결과를 공유하고 순창군 관계자, 사회연대조직, 소상공인 등과 토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서대웅 기자) |
“주민들은 모이는 경험을 원한다”
학생들은 뜻밖의 결과물을 내놨다. 22일 순창군청에서 열린 조사결과 공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서율(26) 씨는 “저희는 순창의 문제를 ‘연결 구조의 약화’로 정의했다”며 “순창은 시설 부족과 함께 ‘사람과 연결’의 문제가 큰 지역”이라고 했다. 단순히 음식점 등 가맹점을 늘려 기본소득 사용처를 확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서 씨는 “주민들은 사람이 모이는 경험을 원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관계인구’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단순히 정주인구를 늘린다고 창업이 활발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인근 유등면은 인구가 1000여명으로 풍산면의 60% 수준이지만 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한 곳은 21개로 풍산면보다 7배 많다. 학생들은 기본소득 사용처 확대를 위해 ‘순회형 찾아가는 마을 복합장터’를 제안하면서도, 장터에선 사회연대조직과 함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돌봄 등을 제공해 주민 간 관계 형성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공은 순창군과 사회연대조직, 그리고 중앙정부로 넘어갔다. 앞선 9일 “굿(장터)을 구경하러” 풍구장터를 찾은 주민은 “옛날엔 (장터) 열리면 어르신들 다 나왔다”며 “지금은 ‘연결’이 끊겼어”라고 했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하루 풍산면에선 주민 4분의 1이 모이며 기본소득이 주민들을 다시 잇는 마중물일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1 hour ago
3




![[포토] 풍수·사주 한자리에…제1회 운세박람회 개막](https://img.hankyung.com/photo/202605/01.44453127.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