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합의를 계기로 파업 대체근로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파업 예고 단계에서 기업이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위해 노조 측에 성과급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확인된 만큼 현행 노동조합법상 대체근로 금지 규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유기업원은 28일 '삼성전자 노사 합의와 대체근로 규제의 법경제학적 고찰'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국제정치경제학부 교수와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자유기업원은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총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와 극적으로 합의한 사례를 주목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반도체(DS) 부문은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특별 경영 성과급을 자사주 형태로 받는다. 자유기업원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300조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성과급 규모가 약 31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자유기업원은 파국을 피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합의가 대체근로 규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파업 예고만으로도 회사가 대규모 양보에 나선 배경에는 조업 중단을 위협할 수 있는 노조 측의 강력한 협상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보고서가 문제 삼은 조항은 노동조합법 제43조다. 이 조항은 쟁의행위 기간 사용자가 외부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하는 행위, 도급·하도급을 통해 업무를 대체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파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취지다.
자유기업원은 이 규정이 사용자와 노조 간 협상력의 비대칭을 키운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대체 가능한 인력'과 '대체가 어려운 핵심 인력'이 연대 파업을 통해 같은 수준의 협상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성과급 요구가 개별 사업부의 수익성이나 노동자의 시장가치보다 전체 조업 중단 능력에 따라 결정될 위험이 있다.
자유기업원은 이번 삼성전자 합의안의 배분 구조도 문제로 지적했다. 메모리처럼 흑자를 내는 사업부뿐 아니라 파운드리·시스템LSI 등 적자·저성과 사업부 직원에게도 동일한 재원이 배분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을 꼬집었다. 보고서는 성과급이 성과 보상 기능을 벗어나 조업 중단 능력에 기반한 집단 배분 요구로 변질될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자유기업원은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은 경제파업과 부당노동행위 파업을 구별한다. 경제파업에는 영구 대체근로를 허용한다. 반면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파업의 경우 영구 대체를 인정하지 않고 파업 종료 후 복직권을 보장한다. 파업 요구가 시장가치를 벗어날 때 사용자가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 협상력이 노동시장 조건과 괴리되는 현상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일반적인 대체근로 금지 조항을 두지 않는다. 대신 직업안정법·노동자파견법을 통해 공공직업안정소나 파견사업자 등 외부 노동시장 중개기관이 쟁의 중인 사업장에 새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만 제한한다.
보고서는 한국도 쟁의 목적에 따라 대체근로 제한을 달리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파업과 부당노동행위 파업을 구별하고 현행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에 적용되는 차등 규율 원칙을 쟁의 목적·산업 특성으로 넓히자는 주장이다. 파업 의결 요건, 사전 통지 의무, 개시 시한 등 절차적 규율을 강화해 일부 강경 지도부에 의한 파업 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심 교수는 "이번 삼성전자 합의는 파국을 막았다는 점에서 다행이지만 파업 예고만으로도 수조원의 성과급 양보가 이뤄지는 구조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파업권은 당연히 보호되어야 하지만 그 보호가 기업의 조업 계속 자유와 투자자·협력업체의 이해를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균형을 다시 설계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잠정 합의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요구가 확산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삼성전자 사례가 반복적인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제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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