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전장·오디오 사업을 벌이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바워스앤윌킨스(B&W) 브랜드 등을 거느린 미국 마시모그룹의 오디오 사업부문을 인수한다. 인수금액은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로, 2016년 한 식구가 된 하만(9조3000억원) 이후 삼성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하만카돈, JBL, 뱅앤올룹슨에 이어 B&W도 거느리게 된 만큼 삼성의 개인용·차량용 오디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6일 하만을 통해 마시모그룹 오디오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마시모그룹은 환자 모니터링 및 각종 측정 센서 등을 개발하는 의료기술 회사로, 2022년 B&W와 데논, 마란츠, 폴크오디오 등을 보유한 사운드유나이티드를 인수했으나 경영 악화로 매물로 내놨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를 두루 갖춘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하만의 ‘글로벌 1위 오디오 기업’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번에 인수한 B&W, 데논, 마란츠 등이 보유한 오디오 기술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무선이어폰, 헤드폰, TV, 사운드바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그룹의 오디오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은 글로벌 오디오 관련 시장의 성장성이 그만큼 크다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컨슈머 오디오 시장 규모가 올해 608억달러(84조3000억원)에서 2029년 700억달러(97조900억원)로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예측에 근거해 오디오 관련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16년 인수한 하만을 통해 2023년 11월 프랑스 오디오 소프트웨어 회사 플럭스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을 품었고, 한 달 뒤 음원 관리 및 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손에 넣었다.
이번에 인수한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문에는 바워스앤윌킨스(B&W), 데논, 마란츠 등 오디오업계 톱 브랜드가 여럿 있다. 대표 브랜드 B&W의 라우드 스피커인 노틸러스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에 달한다.
하만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 등을 기반으로 지난해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60%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컨슈머 오디오는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카오디오 사업에서도 하만카돈, JBL, 마크레빈슨, AKG, 뱅앤올룹슨에 더해 브랜드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TV, 가전 등 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B&W, 데논, 마란츠 등에 축적된 전문 오디오 기술과 노하우를 스마트폰, 태블릿PC, 무선이어폰, 헤드폰, TV, 사운드바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