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전남 여수시가 지역의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해 도시 문화예술 브랜드 개발에 나선다. 기존 해양레저 도시 이미지에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와 스토리를 더해 전남 지역 제1의 관광·마이스(MICE) 도시로서 확고한 위상과 입지를 다진다는 포석이다.
정재호(사진) 여수시청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2012년 세계박람회 이후 지난 10여 년이 여수가 관광·마이스 도시로 자리 잡는 1차 성장기였다면 지금은 2차 성장기”라며 “오직 여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중소도시인 여수가 대도시와 어깨를 견줄 만큼의 관광·마이스 도시 브랜드 파워를 갖추려면 전시컨벤션센터 등 인프라 확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라는 것이다.
정 국장은 문화예술 콘텐츠와 스토리로 지방 중소도시의 태생적 한계도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성장기에 어떤 영양분을 공급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와 정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문화예술 콘텐츠와 스토리가 도시 성장을 이끄는 큰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봐서다. 그는 “풍부한 해양자원이 여수의 든든한 ‘살림 밑천’이라면, 문화예술 콘텐츠는 도시 브랜드와 경쟁력을 높여줄 ‘성장판’”이라고 강조했다.
올 3월 운영을 시작한 ‘전라좌수영 둑제’ 재현은 도시 경쟁력을 높여줄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의 첫 시도이자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둑제’는 출병하는 군대 행렬의 맨 앞에 세우던 큰 의장기(둑)에 지내는 제사로, 여수시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던 전라좌수영이 지내던 ‘둑제례’와 ‘수군출정식’을 전통 문화예술 공연 형태로 재현했다. 정 국장은 “10월까지 매달 첫째와 셋째 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이순신광장에서 출발해 전라좌수영 본영인 진남관에서 마치는 ‘전라좌수영 둑제’는 전 과정 재현에만 2시간이 걸린다”며 “둑제례와 수군출정식 중간에 국악과 무용 공연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흥미와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마이스 수요는 2023년 역대 최대인 1356건 행사와 단체 유치, 지난해 인원 기준 최대인 42만 명을 유치한 여세를 몰아 대상을 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 국장은 “지난달엔 한국관광공사가 도쿄와 후쿠오카, 히로시마에서 연 ‘K관광 로드쇼’에 기초 지자체 중 유일하게 참여해 단독 설명회도 열었다”며 “일본, 중국 외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 동남아, 몽골, 대만으로 목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숙원인 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과 관련해선 아직 계획 수립 단계인 만큼 수요를 늘리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시컨벤션센터와 같은 다기능의 전문시설이 없지만 특급호텔 등 숙박 인프라만 놓고 보면 여수가 부산 등 웬만한 대도시보다 우위에 있다며 수요 확대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정 국장은 “최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대가 국제회의 예비지구로 지정되면서 인프라 개발의 명분과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전략적으로 크루즈 항만을 활용한 대형 포상관광단을 비롯해 체류기간이 길고 씀씀이가 큰 중소 규모 기업회의 등 고부가 비즈니스 이벤트 유치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