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맞으면 실명? 너무 나간 우려[내 생각은/김동욱]

5 days ago 12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시판되던 초기인 2024년, 미국 독립기념일 연휴가 끝난 뒤 필자가 근무하는 미국 병원에 100통이 넘는 문의가 쇄도했다. “비만약이 실명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 “당장 약을 끊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미국의사협회저널 안과학(JAMA Ophthalmology)’에 세마글루타이드와 실명 위험의 연관성을 제기한 논문이 발표되고, 미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환자들 중 실제로 필자가 약을 중단시킨 경우는 없었다. 논문에서 다룬 사례의 정확한 병명은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NAION)이다. 연간 10만 명당 약 2∼10명에게 발생하며, 당뇨병과 고혈압 등이 주요 위험인자다. 논문은 연구 설계와 내용은 좋았지만, 후향적 연구로 당뇨병의 중증도를 충분히 일치시키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즉, NAION 발생 위험이 약물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약을 사용하는 환자들의 당뇨병이 더 심했기 때문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했다. 이는 이후 발표된 연구들의 결과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2025년 유럽의약품청(EMA)은 NAION을 세마글루타이드의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분류했다. 절대위험으로는 1만 명이 1년간 치료받을 때 약 1명이 추가로 발생하는 수준이다. 현재 필자는 과거 NAION으로 한쪽 눈이 실명한 환자에게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처방하지 않는다. 다른 쪽 눈에도 실명이 발생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충분히 설명한 후 처방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가 발생하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하며, NAION으로 확진되면 필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모두 중단하도록 권고한다. 약을 사용할지는 건강상 이익과 부작용 위험을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비만 역시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중요한 것은 위험을 무시하는 것도, 과장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 위험의 크기와 치료의 이익을 함께 판단하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독자투고를 받고 있습니다. 각 분야 현안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이름, 소속, 주소, 휴대전화 번호 등 연락처와 함께 e메일(opinion@donga.com)이나 팩스(02-2020-1299)로 보내주십시오. 원고가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합니다. 내 생각은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이은화의 미술시간 고영건의 행복 견문록 내 생각은 김동욱 미국 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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