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너마저' 싱어송라이터 윤덕원 "내 창작의 목표는 '열심히 대충'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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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콜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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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듯 창작에도 균형이 필요해요. '열심히 대충' 해야 창작자로서 건강하게 오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리더 윤덕원은 2일 서울 원서동에서 진행된 첫 책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 동안 SNS 자기소개가 '열심히 대충 하는 사람'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브로콜리너마저에서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다. 2007년부터 싱어송라이터로서 '앵콜요청금지', '졸업', '보편적인 노래' 등 브로콜리너마저의 전곡을 작사·작곡해왔다.

'브로콜리너마저 덕원의 가사, 노래, 글을 짓는 마음가짐'이라는 부제처럼 창작자로서의 일상과 고민을 담았다. 에세이 39편과 인기곡의 가사, 앨범 소개문 등을 함께 엮었다.

책은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대충'과 '열심히'라는 개념을 창작의 태도로 제시한다. "창작을 하다 보면 깐깐함이 마무리 단계에서 발휘가 많이 되더라고요. '마지막에 자기를 짜내는 과정을 좀 대충하고, 그러기 위해 다른 단계를 열심히 해두는 게 좋겠다. 그래야 창작자로서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글도 노래도 '짓기'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창작을 양육에 비유하기도 했다. "창작물은 나의 자녀 같은 게 아닐까요. 내가 그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지만, 그를 더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해줄 순 있어요. 어느 순간에는 친구가 되고, 어느 순간엔 내가 그에게 기대게 되겠죠. 제가 일일이 돌봐야 될 대상도 아니에요. 언젠가는 그가 저를 돌봐주겠죠."

"계속해서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그는 창작자의 책임감을 강조하기도 했다. '창작물은 창작자를 떠나면 끝이다!'는 말에는 반대한다며 "만든 노래, 만들 노래에 계속 책임을 지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20년 가까이 노래를 만들어온 그도 가사와 책은 분량의 차이가 커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노래 가사는 멜로디에 기대어 썼다면, 책은 마감 덕분에 썼다"며 웃었다.

수록된 글에 고루 애착이 간다는 그는 가장 아끼는 글을 하나만 꼽자면 마지막에 수록된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 얘기가 나오는데 아이가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읽을 때마다 느낌이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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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 출간에 맞춰 동명의 노래 '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도 지난달 25일 공개했다. 그는 "제가 음악을 하다 보니 책을 낼 때 그것과 결합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며 "책의 OST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르고 간담회를 시작했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생각들을/꺼내지도 못한 채로/아무것도 쓰지 못한 사람이 되어/헤매고 있었죠./이젠/열심히 조금 대충 쓰는 사람이 될래요."

이 노래에는 출판사 직원들도 코러스로 참여했다. "제가 밴드 활동을 오래 해왔는데, 책도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협업을 하잖아요. 책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인 만큼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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