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고도 “와, 뽀로로다!”…병원에 찾아온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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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고도 “와, 뽀로로다!”…병원에 찾아온 어린이날

입력 : 2026.05.04 15:07

“1년 중 가장 기대되는 날이에요”
서울대어린이병원 어린이날 행사
간호사들이 기획한 ‘뽀로로 방문’
입원 환아 위해 병실에 깜짝 등장
1985년 개원 이후 빠짐없이 열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뽀로로와 루피가 방문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어린이날을 앞두고 뽀로로와 루피가 방문해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와, 뽀로로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이하 서울대어린이병원) 로비에 환호성이 터졌다. 1년 만에 병원을 찾은 ‘특별 손님’ 뽀로로와 루피가 등장하자 진료 대기실이 순식간에 공연장으로 변하고, 얼어있던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이날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어린이날을 기념해 ‘2026 어린이날 맞이 대잔치’를 열었다. 공연이 끝난 뒤 ‘팬 사인회’가 열리자, 뽀로로와 루피가 찍어주는 캐릭터 도장을 받으려는 아이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입원 환아들도 링거 거치대와 휠체어, 산소통을 끌고 로비로 내려와 좋아하는 캐릭터와 인사를 나눴다. 1년에 한 번뿐인 순간인 만큼 헤어지는 게 아쉬워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와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항암 병동에 뽀로로, 루피가 어린이날을 기념해 깜짝 방문했다. [이승환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항암 병동에 뽀로로, 루피가 어린이날을 기념해 깜짝 방문했다. [이승환 기자]

거동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해 뽀로로와 루피는 병동에 깜짝 방문도 했다. 항암 병동 간호사들이 “얘들아, 뽀로로 왔다!”고 외치자, 병실 안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조심스럽게 다가오던 아이들 사이에서, “고등학생인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수줍게 묻는 환자도 있었다.

어린이날 행사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다. 환아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호사들이 2~3개월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다. 4년째 행사 기획을 맡아온 문정이 간호사는 “병원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아이들이 아프고 슬픈 시간이 아니라, 어린이로서 온전히 즐긴 하루로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입원한 아이들은 평소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데, 뽀로로 영상을 보던 중 갑자기 실물 뽀로로가 눈앞에 나타나니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최지후 군(7). 의료진들에게 받은 선물을 한아름 안고 있다. [김송현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만난 최지후 군(7). 의료진들에게 받은 선물을 한아름 안고 있다. [김송현 기자]

이날 서울대어린이병원의 한 병실에서 만난 최지후 군(7)의 얼굴에는 종일 장난기 어린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약 2주 만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 학교 대신 병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최군은 “(뽀로로와 의료진의 응원 덕분에) 병원에 있는 것도 학교만큼 재밌다”며 “(뽀로로 행사를) 또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런 행사가 아이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서울대병원 소아간호과장은 “이곳에는 중증·희귀질환 환아가 많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입원 경험 자체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병원 안에서도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이런 행사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진료 중 잠시 참관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최은화 서울대어린이병원 원장은 “갑작스럽게 병원에 오는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불안을 느끼는데, 뽀로로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린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들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1층 로비에 마련된 ‘뽑기존’에서 어린이 환자가 장난감 뽑기를 꺼내고 있다. [문소정 기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1층 로비에 마련된 ‘뽑기존’에서 어린이 환자가 장난감 뽑기를 꺼내고 있다. [문소정 기자]

서울대어린이병원에는 하루에도 1000명 이상의 외래 환자가 방문한다.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이날 로비 한쪽에는 뽑기존과 풍선존, 포토존이 마련됐다. 아이들이 외래진료실, 채혈실, 영상의학과를 방문해 스티커를 모으면 장난감 뽑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풍선으로 강아지를 만들고 있던 연민경 소아간호과 직원은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 손에 하나씩 풍선이 들려있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은 1985년 개원 이후 한해도 빠짐없이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어린이날 기념행사를 11년째 후원하고 있는 개인 기부자 김성주 씨는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며 “여생 동안 환아를 위한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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