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도 클럽" MZ 열광…돌려보고 필사하고 '책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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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진 사람들]②
'힙'한 문화로 즐기는 독서
예스24 '북클럽' 2000개 돌파
SNS로 좋은 구절·감상평 공유
나만의 개성 입쳐 책 디자인도
"책 매개 커뮤니티 활동 지원 필요"

  • 등록 2025-09-16 오전 5:35:03

    수정 2025-09-16 오전 5:35:0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MZ세대를 중심으로 책 읽기를 ‘힙’한 문화로 즐기는 흐름이 확산하고 있다. 그간 도서관, 문화센터 등이 주최해왔던 ‘북클럽’(Book Club,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은 온라인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고, 최근엔 같은 책을 여러 명이 돌려가며 읽는 ‘교환 독서’도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텍스트 힙’(텍스트+힙·독서하는 것이 멋지다) 열풍 속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독서에 대한 관심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보다 세밀하고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락, 론칭 1년 만에 이용자 11만 육박

(디자인=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5일 출판계에 따르면 예스24가 운영하는 독서 커뮤니티 ‘사락’을 통해 생긴 ‘북클럽’이 최근 2000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8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약 1년 만이다. ‘사락’은 이용자들이 자신이 읽은 책의 리뷰를 자유롭게 올리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북클럽을 꾸려 독서를 즐기는 독서 커뮤니티다. 예스24 관계자는 “올 들어 8월까지 ‘사락’의 이용자 수가 11만 명에 육박한다”며 “특히 젊은 독서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한 권의 책을 여러 명이 돌려가며 읽는 ‘교환 독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각자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에 줄을 치거나 자신의 감상평을 남기며 이를 함께 공유하는 새로운 독서 방법이다. SNS에는 “교환 독서를 완료한 책을 보니 서로의 이해와 감상이 더해져 새로 쓴 한 권의 소장본을 보는 것 같다”, “때로는 ‘악플’도 달 수 있어서 독서의 새로운 재미를 느낄 있다”는 후기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좋아하는 문장을 직접 글로 쓰는 ‘필사’와 자신만의 책으로 새롭게 꾸미는 ‘책꾸’도 MZ 세대를 대표하는 독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SNS를 통한 인증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MZ세대들의 취향이 반영된 독서 문화다. 출판사들도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는 중이다. 출판사 다산북스는 키링을 끼울 수 있는 PVC 표지를 활용한 ‘다소 시리즈’를 최근 새로 론칭했다. 출판사 창비, 위즈덤하우스 등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필사 모임’을 운영하며 새로운 독서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북클럽 활동은 독서율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비독자 대상 독서 유인사업 설계 및 실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비독자의 독서 유인 방법별 독자 전환율은 △독서모임 84.5% △독서지원 74.0% △독서홍보 19.8% 순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독서 홍보보다는 북클럽 같은 참여·체험형 활동이 독서율 변화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진흥원 관계자는 “독서모임을 경험한 참가자의 절반 이상(59.4%)은 연구가 끝난 뒤에도 독서 행위를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독자 대상 북클럽, 독서율 향상 효과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 참가자들의 지난 8월 문화 챌린지 행사 모습. (사진=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사무국)

최근엔 책을 전혀 읽지 않거나 책에 관심은 있지만 읽을 시간이 없는 비(非)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북클럽도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북클럽이다.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은 비독자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참가자들은 △온라인으로 책 읽기 △한 줄 평 적기 △필사 등의 독서 인증 활동을 하며 독서를 즐기고 있다. 북멘토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책 이야기 마당’을 통해 참가자들에게 추천 도서를 ‘뉴스레터’로 소개하고 오프라인 강연으로 만남을 이어간다. 북멘토로는 △시인 정호승 △코미디언 이승윤 △웹툰 작가 이종범 △아나운서 정용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등 10명이 참여하고 있다.

비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북클럽이라는 점에서 북멘토 1명당 150명씩 총 1500명 모집이라는 목표 달성에 우려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목표치를 훌쩍 넘긴 2500명이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5개월 남짓한 활동을 통해 참가자들은 독서를 ‘일상의 루틴’으로 즐기고 있다. 정호승 시인 북클럽에 참가 중인 김지은 씨는 “평소 책을 읽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는데, ‘책 읽는 대한민국’ 북클럽을 통해 이제는 잠자기 전 30분이라도 독서를 하고 있다”며 “책을 안 읽던 사람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주고, 어느 정도 책을 읽던 이들은 고급 독자로 만들어준다”며 흡족해했다.

정용실 아나운서 북클럽의 ‘북클럽장’을 맡은 김경현 씨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읽을 만한 책과 가볼 만한 도서관 등을 추천한다. 초창기엔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기만 하던 참가자들이 지금은 더 적극적으로 각자 재미있게 본 책과 독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추천해주고 있다”며 “비독자가 독자가 되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독서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이를 전 국민 독서율 향상 등으로 이끌어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최근의 ‘텍스트 힙’ 트렌드를 분석해보면 요즘 독자는 북클럽, 서평 활동, 북토크와 북페어 참여, 출판 인플루언서 팬덤 활동 등 책을 매개로 다양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며 “독서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요구를 섬세하게 이해하며 출판사와 서점, 공공 도서관이 독서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동기획 : 문화체육관광부·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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