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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으로 찾아온 불륜 상대의 본처에게 공개 망신을 당하고 직장에서 잘린 직원이 본처를 상대로 4000만원 위자료 청구 소송을 걸었지만 극히 일부(50만원)만 인용됐다. 법원은 "본처의 행위와 해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해고에 대한 위자료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본처가 불륜 직원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반소'에서는 "본처에게 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최근 A씨가 불륜 대상 공무원의 부인인 B씨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한 기초자치단체 기관의 직원 A씨는 2021년 12월부터 기관으로 파견 나온 한 공무원과 불륜관계를 맺게 됐다. 그런데 이듬해 6월 어느 날 이를 알게 된 본처 B씨가 직장으로 찾아와 추궁하는 과정에서 A의 얼굴을 손으로 때리는 등 폭행했다. 또 "죽이겠다" "네가 사는 아파트와 자녀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찾아가겠다"고 폭언을 퍼부었다. B는 또 A의 직장에 "A를 징계해 달라"고 진정을 냈고, A의 상급자에겐 "A가 직장을 그만두고 위자료를 지급하면 부정행위를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B는 폭행죄로 기소돼 벌금 30만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게 됐다.
공개 망신을 당한 A는 병가·휴가를 쓰고 출근하지 않다가 이후 업무 복귀 명령에도 복귀하지 않아 결국 '무단결근'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후 A는 B가 자신을 협박·공갈하고 직장서 해고당하게 했다며 B를 상대로 위자료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B도 A의 청구에 대해 반소를 걸어 A가 불륜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으니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위자료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죽인다' 등의 표현은 부정행위를 알게 된 B가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 욕설, 일시적 분노 표시를 한 것에 불과해 협박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에 A를 징계해달라고 진정 내거나 직장 상사에 A를 그만두게 하라고 말한 것 등도 사회통념에 어긋나거나 공갈·강요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국 폭행 부분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인정하고 청구액 400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 50만원과 병원비 18만원만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는 자신이 해고로 입은 경제적 손해를 위자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하지만, 본인의 무단결근 탓에 해고됐으므로 폭행과 해고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B의 3000만원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전액 인정했다. 재판부는 "A가 부정행위 이후에도 사과하지 않고 B를 의부증이 있다고 주장한 점, 자신의 부정행위가 발단됐지만 B의 잘못만을 크게 비난하며 본소를 제기한 점, 자신의 무단결근으로 해고된 것까지 B의 탓으로 돌린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위자료 액수를 30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