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긱 워커’ 급증의 그림자
부동산 침체 길어지며 고용 뚝
AI 영향 고학력자도 일 못 구해
올 취업자 44%가 단기·계약직
실질고용 통계 착시 유발하고
사회보험 재정 부담은 확 키워
中 소비위축 장기화 우려 커져
중국에서 배달·차량호출·플랫폼 프리랜서 등 초단기 임시계약직 노동자, 이른바 ‘긱 워커(Gig worker)’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밀려난 노동자를 흡수하는 고용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고,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대학 졸업자 배출, 일자리 부족, 빈약한 실업보험 등이 맞물리면서 수천만 명이 정규직에서 ‘긱 이코노미’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신취업형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정규 상근 계약 없이 일하는 유연고용 인구는 2025년 2억8000만명에서 올해 3억2000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3억47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인구와 엇비슷한 규모로, 중국 전체 취업자의 약 44%에 해당한다.
긱 워커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부동산 위기에 따른 건설 일자리 감소, 관세·과잉생산·가격 경쟁 속 제조 업체들의 자동화와 비용 절감에 따른 감원이 꼽힌다. 전통 산업에서 밀려난 인력이 플랫폼 노동자로 이동한 것이다.
최근에는 내수 부진과 인공지능(AI) 도입 여파로 고학력 청년층과 화이트칼라까지 유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양잔 홍콩이공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긱 이코노미는 더 이상 농촌 출신 이주노동자에 국한되지 않고 중산층과 대졸자까지 확산됐다”며 “중국이 제조업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과거 대규모 인력을 흡수하던 산업들이 도태되고 있다. 여기에 AI까지 겹쳤다”고 설명했다.
유연노동은 정규직 일자리를 잃었을 때의 소득 충격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중국의 실업률이 지난 10년간 대체로 5~6% 수준을 유지한 것은 긱 워커 확산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인력 흡수가 실질적인 고용시장의 악화를 가리는 ‘눈속임’ 효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긱 워커가 늘수록 사회보험 기반이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어서 연금과 의료보험 등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중국 국무원에 따르면 2024년 말 도시 근로자 연금제도에 가입한 유연취업자는 7057만명에 그쳤다. 사회보험 가입률이 낮은 상태에서 긱 워커가 계속 늘면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복지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이미 2019년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국가 연금기금이 2035년 고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4년에는 정년 연장을 통해 소진 시점을 8~9년 늦출 수 있다고 봤지만, 정규직 고용이 줄어들고 초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가베칼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사회보험 재정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중국 중앙정부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3배 늘어 3조위안 수준으로 증가했고, 전체 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로 높아졌다.
긱 워커는 정규직 대비 소득과 고용 안정성이 낮아 이들이 늘어나도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교육·주거·내구재 등 장기 지출이 줄면서 다시 내수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이 단기 일자리에 고착화될 경우 중국의 가계 소비 약세를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레데리히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긱 일자리가 많은 중국인이 기대하는 수준의 임금과 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불안정성이 소비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팅 노무라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유연노동자들이 근로자 사회보장 시스템에 더 쉽게 편입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불안을 낮춰야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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