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랬던 안 씨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모임 기자회견장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날마다 뉴스 보도를 하는 방송국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저 살고자 했던 선택이었다. 이 돈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했다. 안 씨는 “JTBC가 서민 중의 서민인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아직도 믿고 싶다”며 허탈해했다.
채권투자 피해자 250명을 대리하는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투자 적격 등급으로 포장된 회사채가 발행 넉 달만에 부도에 이르렀다”며 JTBC 회사채 등의 발행과 유통,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대한 금융감독원 검사를 촉구했다. 변호인단은 10일 피해자 250명의 피해금액 352억2000만 원 현황과 기관별 검사 요청 사항이 담긴 의견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기자회견장을 찾은 피해자들은 고수익을 노린 게 아니라 노후자금과 결혼자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를 매입한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버지로부터 JTBC 회사채를 안전한 투자수단이라고 소개받았다는 신모 씨는 “아버지도 방송사 이름을 빋고 가족에게 채권을 소개했다.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절대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자 설명서에 ‘원리금 상환은 무난할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금융기관이 설명 의무를 다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피해자 신모 씨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형 그룹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4개월 만에 회생 신청을 했는데 경영진이 이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라며 “명백한 부실채권이고 중앙그룹 투자사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변호인단에 포함된 금융감독원장 출신 이복현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반인도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회사들이 왜 알지 못했는지, 알고도 왜 시장에 알리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중앙그룹 및 계열사와 관련된 전체 기본 내역을 분석해 필요하다면 금감원에 조사 요청을 하거나 기타 형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중앙그룹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생신청 직전까지 발행한 모든 채권에 대해 문제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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