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2명 중 1명은 방과 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를 2시간 이상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년이 높을수록 사용 시간이 길었고, 방과 후 혼자 있는 어린이일수록 장시간 사용 비율이 높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2026 어린이 생활과 생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어린이날 104주년을 앞두고 지난달 9~22일 전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이용 실태 등을 온라인 설문조사했다. 응답자는 2804명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2%는 방과 후 스마트기기를 2시간 이상 사용한다고 답했다. 사용 시간별로는 2시간 이상~3시간 미만이 21.1%로 가장 많았고, 3시간 이상~4시간 미만은 15.9%, 4시간 초과는 12.2%였다.
방과 후 스마트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1시간 미만은 20.5%, 1시간 이상~2시간 미만은 25.6%로 집계됐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마트기기 장시간 사용 비율도 높아졌다. 6학년 중 3시간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은 36.8%로, 4학년 16.9%의 2배를 넘었다. 4시간 초과 사용 비율도 6학년이 16.5%로 4학년 6.7%의 2.5배에 가까웠다.
방과 후 돌봄 여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방과 후 혼자 있는 어린이 가운데 4시간 이상 스마트기기를 쓴다는 응답은 16.5%였다. 부모나 보호자 등 어른과 함께 있는 어린이의 9.7%보다 높았다. 전교조는 "돌봄 공백이 어린이의 디지털 과의존으로 이어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스마트기기 사용을 스스로 멈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스마트기기 사용을 멈추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7.1%는 자주 있다고 답했고, 33.9%는 가끔 있다고 했다. 초등 고학년 10명 중 4명가량이 사용 조절에 어려움을 느낀 셈이다.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은 42.5%였다. 가장 많이 꼽힌 불편은 너무 오래 사용하게 됨으로 21.1%였다. 이어 공부에 집중이 안 됨 16.8%, 사용 문제로 가족과 다툰 적 있음 12.8% 순이었다.
생성형 AI 이용도 이미 초등학생 사이에서 널리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사용 경험을 묻는 질문에 57.4%는 가끔 사용한다고 답했고, 14.7%는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생성형 AI를 써본 셈이다.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서는 쉬는 시간과 놀이 시간 보장이 42.4%로 가장 많았다. 공부 부담 줄이기는 42.0%,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환경은 34.8%였다. 해당 문항은 2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조사됐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는 디지털 기술 확산 속에서 어린이의 삶이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디지털 기기에 잠식되고 과도한 학업에 억눌린 아이들에게 진짜 놀이와 쉼을 돌려주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교육용 AI 사용 등 국가 단위 기준 제도화, 학교와 가정을 연계한 스마트기기 사용 규칙 표준안 개발, 어린이 대상 플랫폼 개인정보 보호 강화, 방과 후 자유 놀이 시간 보장 제도화, 선행학습 규제와 학원 시간 제한 등 사교육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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