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쟁사는 소비자 트렌드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는데 닛신은 뒤처졌다.” 유키오 요코야마 닛신식품 미주 총괄대표는 최근 닛신 기업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대응 제품’을 출시할 것을 주문했다.
K뷰티와 K푸드가 북미 지역에서 빠르게 성장하자 시장점유율을 빼앗긴 글로벌 경쟁사들이 절치부심하고 있다. 일본 식품사들은 조직을 개편하고 한국식 라면을 새롭게 출시했다. 로레알 등 글로벌 화장품업체들은 K뷰티를 벤치마킹해 신제품 개발 주기를 대폭 단축했다.
◇“韓에 밀리다니…” 반성문 쓴 닛신
1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삼양식품과 농심 라면 제품은 아시안 매대에서 메인 매대로 이동했다. 반면 일본 라멘 회사 닛신식품의 제품은 메인 매대에서 아시안 매대로 밀려났다. 일본 라멘 제품 판매량이 한국 라면에 밀리기 시작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 기업 닛신식품은 1958년 봉지라멘, 1971년 컵라멘을 출시했다. K라면에 밀려 닛신의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닛신식품이 최근 조직 쇄신에 나선 배경이다. 닛신은 지난 7월 말 한국식 매운 소고기 국물을 넣은 컵라면 신제품을 내놨고, 조만간 한국식 봉지라면을 선보일 예정이다. 닛신은 미국 시장에서 발 빠른 대응을 위해 최근 미주법인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또 다른 일본 라면 업체 도요수산도 미국 내 판매량이 줄어들자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 들어 도요수산의 미국 내 분기별 라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씩 감소했다. 도요수산은 올해 하반기 미국 공장을 증설해 비용을 낮추고, 이를 대형 유통업체 마케팅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라면업체들이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동부에서의 시장점유율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것이 일본 식품사들의 계획”이라며 “이들은 최근 미국 내 SNS 마케팅 강화에도 나섰다”고 말했다.
◇“K뷰티처럼 빨리빨리”
로레알·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화장품업체들은 K뷰티 급부상에 대응해 내부 개발 프로세스를 바꾸고 있다. 세계 1위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신제품 출시 주기를 기존 18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올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는 “마케팅 민첩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갈색병’ 에센스 제품으로 유명한 세계 2위 화장품업체 에스티로더도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1년 내 출시되는 혁신 제품 비중을 올해 10%에서 내년 16%, 장기적으로 3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K뷰티처럼 트렌드에 맞춰 신속하게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K뷰티 기업은 기획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최장 3~6개월에 끝낼 수 있는 밸류체인과 시스템을 갖췄다. 특정 기능성 제품이 히트하면 발 빠르게 제품을 기획, 생산해 SNS 등을 통해 마케팅을 펼친다. 이런 K뷰티 경쟁력을 글로벌 기업이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업체들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자사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며 “빠른 신제품 출시와 민첩한 마케팅 전략을 따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