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2년 만에 중국에 대부분 추월당했다는 전문가들의 설문 결과가 나왔다. 2022년 시행된 같은 설문조사에선 “한국이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등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2년 만에 뒤집혔다.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였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도 84.1%로 중국의 88.3%보다 낮았다. 전력반도체 역시 한국이 67.5%, 중국이 79.8%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도 한국이 81.3%, 중국이 83.9%였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동일한 점수였다.
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과 반도체·첨단 패키징 기술 부문에서만 중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2022년 시행된 기술 수준 평가에도 참여했다. 당시 이들은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 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등은 한국이 앞서 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판도가 뒤집힌 것으로 평가했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기술 생애주기를 평가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은 공정과 양산에서 중국을 앞서 있지만,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에 영향을 미칠 미래 이슈로는 △핵심 인력 유출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미·중 견제 △자국 중심 정책 △공급망 현지화 등이 꼽혔다. 이 중 AI 반도체 기술만 한국의 기술 수준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 반도체 시장이 일본과 중국의 부상, 미국의 제재 등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국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작은 점 등을 지적하며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력 확보, 시스템 반도체 분야 생태계 확대, 핵심 인재 양성 및 기존 인재 유출 방지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