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레이 콘 게이츠재단 이사 방한
빈곤국선 야외 용변 흔해
콜레라 등 각종 질병 취약
한국 등 전세계 7개국 협력
가정용 초소형 화장실 개발
국내 중기 위드마스터 참여
“슈퍼백신 개발 효과 맞먹죠”
“전 세계 9억명 인구가 화장실 없이 야외에서 대소변을 보고 있고, 매일 800명의 5세 이하 아동들이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9개 기업·대학이 개발 중인 가정용 초소형 하수처리 설비(Household Reinvented Toilet·HRT)가 상용화되면 많은 이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최근 방한한 듀레이 콘 미국 게이츠재단 물·위생·환경 부문 이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재단이 후원하는 ‘HRT 개발 프로젝트’를 “일종의 ‘슈퍼 백신’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콘 이사는 스위스 로잔대에서 위생학 박사 학위를 받고 아프리카 수질위생산업협회에서 일하다 2011년 게이츠재단에 합류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설립한 게이츠재단은 그동안 저개발 국가의 수인성 질병 퇴치를 위해 4억달러(약 5900억원)를 투입해 화장실·하수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 위드마스터스를 포함해 미국·영국·프랑스를 비롯한 7개 국가에서 9개 기업·대학·연구기관과 HRT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HRT는 침전, 산소 발포와 미생물을 활용해 분해, 필터링, 찌꺼기 건조 기능을 갖춘 ‘초소형 하수처리 시스템’이다. 하수관을 갖추지 못한 지역의 가정과 시설에 설치해 오수를 자체 정화한 뒤 재활용하거나 배출하도록 하는 용도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콘 이사는 “과거 수년간 저개발 국가에 보급할 화장실용 HRT 개발을 후원했지만 이들 국가에 충분히 보급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비를 낮출 수 없었다”며 “이에 따라 작년부터 전략을 바꿔 선진국을 위한 생활하수용 HRT를 먼저 개발·보급해 관련 시장을 만든 뒤 이를 통해 저개발국을 위한 화장실용 설비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프랑스도 정화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지하수 오염과 질소로 인한 부영양화 등 환경 문제가 나타나는 지역이 상당하다. 재단 측은 2027년까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생활하수용 HRT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콘 이사는 “선진국의 정화조 설치 비용이 1대당 1만5000~2만달러 수준인데 생활·화장실 하수용 HRT 가격을 이 정도로 낮추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개발도상국에서 위생시설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선진국보다 5~11배나 비싸다”며 “화장실용 HRT 가격을 1대당 1000달러 이하로 낮춰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보급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재 화장실용 HRT 가격은 3000달러 안팎이다.
이와 관련해 콘 이사는 지난달 24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위드마스터스를 방문해 시제품 제작 상황을 살펴봤다.
위드마스터스는 삼성전자 글로벌품질혁신실장(사장)과 세트제조 담당 사장을 지낸 김종호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오폐수 정화 시스템 연구개발 기업이다.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정화 시스템은 생활하수나 화장실 하수에서 침전 작용을 거쳐 걸러진 오물 등 덩어리를 750도 고온 건조 과정을 통해 독성이 없는 알갱이로 만들어 처리한다.
콘 이사는 “위드마스터스는 다른 나라의 기업과 대학들이 3~4년에 걸쳐온 일을 단 9개월 만에 해냈다”며 “저개발 국가 위생 개선 사업을 한국 중소기업인 위드마스터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