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 못지 않네”…APEC 알짜는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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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24일 경기 수원시 스타필드 수원점에서 제주도 관계자들이 APEC 홍보를 벌이는 모습. 제주도는 올해 APEC 고위관리회의를 비롯해 통상, 교육, 인적자원, 중소기업 장관회의 등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행사를 잇달아 유치했다. 제주도 제공

작년 6월 24일 경기 수원시 스타필드 수원점에서 제주도 관계자들이 APEC 홍보를 벌이는 모습. 제주도는 올해 APEC 고위관리회의를 비롯해 통상, 교육, 인적자원, 중소기업 장관회의 등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행사를 잇달아 유치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1990년대부터 이어진 정상회담 개최다. 섬이라는 특성상 보안과 경비가 용이하고,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고급 휴양시설을 두루 갖춘 제주도는 세계 각국 정상들을 맞이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실제로 최근 30여 년 동안 제주는 굵직한 외교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정상회담의 섬’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올해 제주도는 다시 한번 외교무대의 중심에 선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핵심 회의를 잇달아 유치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996년 제주에서 열린 한미정상담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유채꽃밭을 산책하며 환담하는 모습. 제주도 제공

1996년 제주에서 열린 한미정상담회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유채꽃밭을 산책하며 환담하는 모습. 제주도 제공


●정상회담의 메카
제주도가 외교무대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1년 4월,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었다. 이 회담은 소련 최고지도자가 한반도를 처음으로 방문한 ‘대사건’으로, 냉전 상태에 놓여 있던 국제사회에 큰 울림을 전했다.

이후 1996년 4월과 6월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각각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제주를 ‘정상회담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어 벨기에 보두앵 국왕 부부(1992년 10월), 리린칭 중국 부총리(1993년 9월), 우쉐첸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1994년 4월), 리펑 중국 총리(1994년 11월), 도 무오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1995년 4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1995년 5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1995년 11월), 아스카르 아카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1997년 6월), 후진타오 중국 부주석(1998년 4월),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1999년 10월) 등이 잇따라 제주를 방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1991년 4월 20일 제주 힐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 기록관 제공

노태우 전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1991년 4월 20일 제주 힐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 기록관 제공
2000년대 들어서도 제주는 정상회담의 무대 역할을 이어갔다. 2004년 7월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고, 2009년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2010년에는 한·중·일 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행사들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가 2004년 7월 22일 오전 제주 신라호텔 뒤편에 위치한 일명 ‘쉬리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다. 노무현사료관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가 2004년 7월 22일 오전 제주 신라호텔 뒤편에 위치한 일명 ‘쉬리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다. 노무현사료관 제공


●정상회의 버금가는 핵심 회의 유치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APEC을 맞아, 제주는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핵심 회의들을 유치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APEC은 21개 회원국이 모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현안, 비전, 발전 전략 등을 논의하는 다자간 협의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서울, 2005년 부산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 개최다.

정상회의는 경주에서 열리지만, 제주는 주요 의제가 실제로 논의되고 결정되는 핵심 회의들을 잇달아 개최한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제2차 고위관리회의는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실질적인 협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중요한 협의체다. 고위관리회의를 포함해 5월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약 70차례의 회의가 열리며, 2000여 명의 각국 대표단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통상, 교육, 인적자원 분야 장관회의도 함께 열려 회원국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9월 1일부터 5일까지는 중소기업 장관회의도 열린다. 이 회의는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에는 대구에서 개최된 바 있으며, 당시 약 2000명의 장관급 인사, 국제기구 대표, 기업인이 참석했다. 기술혁신대전 등 부대행사에는 중소기업 351개 사를 포함해 약 2만여 명이 참여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 밖에도 제주도는 지난 2월 26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에너지실무그룹 에너지정책대화 워크숍’에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참가해 ‘2035년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회의 주요 의제인 △무탄소 발전 기술을 통한 발전 부문 탈탄소화 △청정 전력을 위한 기술 투자 확대 △APEC 지역 내 청정 에너지 확산 전략과 가장 부합하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공 개최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제주도는 행사 기간 교통, 숙박, 의료, 경호 등 기반 인프라를 촘촘히 준비하고, 각국 대표단에게 선보일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장관급 고위 인사를 위한 스위트급 객실 예약을 마무리했고, 대표단과 관계자를 위한 최대 1000여 객실도 사전 예약 협의를 완료했다.

외교부 산하 APEC 준비기획단 및 장관회의 주관 부처와 함께 회의 장소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를 수차례 점검하는 등 실무 준비도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제주도는 회의 장소와 숙소에서 원도심 전통시장 상권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표단이 자유롭게 원도심을 방문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행사장 안전관리계획 수립, 비상 의료체계 구축, 의료진·응급차·전담병원 배치 등 각종 준비가 진행되고 있으며, 제주도는 도 경제활력국 산하에 ‘APEC 국제회의 지원 TF팀’을 신설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에서 열리는 각종 APEC 회의는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실질적 경제, 외교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행사”라며 “각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풍성한 부대행사를 마련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국가적인 행사인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는 한편 제주의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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