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라는 무겁고 복잡한 주제를 어떻게 대중에게 가깝게 전달할 수 있을까? 최근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설 더콘텐츠연구소가 디지털 소통효과를 분석한 결과, 생명보험사들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콘텐츠를 통해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와 소통의 방식이 급변하면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등 주요 보험사들 역시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콘텐츠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공간 브랜딩'과 '사람 중심 콘텐츠'로 SNS 감성을 잡았다. 63빌딩을 주제로 한 유튜브 챌린지는 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임직원 브이로그, 사내문화 쇼츠 콘텐츠로 브랜드를 보다 인간적으로 느끼게 한다. 전통적인 금융기업의 무거운 이미지를 벗고, 실제 일하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친근하고 실체감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공간o사람o브랜드를 연결하는 감성적 접근은 보험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으로 전환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교보생명은 '감성 금융'을 표방하며 디자인 통일성과 정보 시각화에 집중한다. 카드뉴스, 일러스트 콘텐츠로 인스타그램을 정갈하게 운영하고 있으며, 블로그에서는 금융 지식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내 따뜻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콘텐츠 유형과 채널별 운영 목적을 명확히 구분한 전략적 구성력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디지털 콘텐츠의 기획-제작-배포 흐름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한라이프는 감성 브랜디드 콘텐츠의 정석을 보여준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모두 '감정 환기'를 중시한 영상 중심 전략으로 운영되며, 브랜드 필름, 고객 사연 기반 인터뷰, 광고형 쇼츠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릴스 콘텐츠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정보보다 감성을 우선시하고, 상품보다 메시지를 중심에 두는 콘텐츠 설계는 신한라이프의 브랜드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삼성생명은 콘텐츠의 폭과 깊이에서 가장 눈에 띈다. 유튜브 쇼츠에서는 '모기 잡다 사람 잡으면 보험 처리 가능?', 'UFO에 납치되면 상해보험 VS 생명보험'과 같은 위트 있는 주제를 활용해 보험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며, 보험이 낯선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동시에 마스코트 '별리'를 활용한 인스타그램 콘텐츠는 직장인의 일상과 공감대를 공유하며 브랜디드 캐릭터 전략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강점은 영상 콘텐츠의 형식과 정서적 연결을 모두 잡으려는 시도에 있다. '젊음이 길어진 시대 삼성생명'이라는 광고 카피는 고령화 사회에서의 삶과 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브랜드의 방향성과 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를 보여주는 사례다. 3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광고는 단순 인지도 확보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감성적으로 전달한 콘텐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의 SNS 콘텐츠 전략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 '도달률'과 '지속성'의 문제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콘텐츠는 제한된 알고리즘과 타겟 설정의 한계로 충분한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콘텐츠 시리즈 운영을 통해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자 할 경우, 플랫폼 최적화 전략과 외부 협업, 해시태그 전략, 인플루언서 연계 등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채널 간 브랜딩 톤의 일관성 유지도 중요하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정보형과 감성형 콘텐츠가 혼재되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업의 신뢰성과 콘텐츠의 친근함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가 풀어야 할 과제다.
결국 보험 콘텐츠가 정보 전달을 넘어서 '브랜드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보험을 광고가 아닌 이야기로, 계약이 아닌 관계로 바꾸는 작업. 이 새로운 흐름 속에서 소비자는 브랜드의 상품이 아니라 철학을 보고, 광고가 아니라 '스토리'를 기억하게 된다.
생명보험업계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지금 전환점에 있다. 단순히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도구를 넘어서, 브랜드의 가치와 메시지를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콘텐츠가 핵심이다. 삼성생명이 시도한 브랜디드 예능, 한화생명의 공간형 콘텐츠, 신한라이프의 감성 브랜딩, 교보생명의 정보 디자인 전략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바로 “보험은 결국 사람이야기”라는 점이다. 앞으로 생명보험 콘텐츠가 얼마나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고, 얼마나 '생활의 맥락' 속에 스며들 수 있는지가 생존과 성패를 가를 것이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