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 가요" 항공 예약 '70%' 줄더니…'무서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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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사진=REUTERS(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 사진=REUTERS(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강화되면서 전 세계에서 온 미국 관광객과 영주권자들에 대한 입국 거부와 체포·구금·추방 등의 조치가 나오고 있다. 이를 우려한 여행객들이 미국 방문을 기피하면서 입국자 수가 크게 줄어들자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근 USA투데이,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 1~3월 외국인 입국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3월 기준으로는 10%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으로 꼽히는 하츠필드-잭슨 애틀란타 국제공항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 승객이 18만9973명이 방문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 줄었다.

미국 이민당국이 이민자와 관광객 등에 대한 입국심사를 강화하면서 여행객 수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입국심사 요원들이 공격적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비자를 더 깐깐하게 살피는 변화가 있었다. 심사 과정에서 입국 신청자 휴대폰과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확인하고 구금·추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들어 지난달 22일까지 약 3만7000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뒤 추방됐다"고 전했다. 하루 약 450명꼴로 추방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방문객 감소가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행 관광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기 때문이다.

히참 자두드 남캘리포니아대 보바드 칼리지 교수는 "미국으로 오던 관광객들이 방향을 바꿔 다른 목적지를 찾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재방문이나 고객 유치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여행관광청(NTTO)은 올해 외국인 입국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해 방문객 수가 전년(6630만명) 대비 9.2% 늘어난 7240만명을 기록하면서다. 그러나 비즈니스, 레저, 가족 여행 등 관광 산업 전반에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자두드 교수는 "예약 취소는 호텔, 레스토랑 등 관광과 관련된 모든 요소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작년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소비한 금액은 2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호텔 직원, 택시 기사와 같은 간접 서비스 직종까지 포함 약 1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연간 미국 방문객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캐나다 여행객만 해도 작년 약 205억달러(약 29조6000억원)를 소비했다. 10%만 감소해도 21억달러(약 3조)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캐나다-미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REUTERS(연합뉴스)

캐나다-미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미국 관세 정책에 항의하는 모습. 사진=REUTERS(연합뉴스)

캐나다인들은 미국 여행을 외면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밝힌 데다 관세 인상 압박을 가하면서 캐나다 내 반미 정서가 커졌기 때문이다.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미국 대신 캐나다에서 여행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캐나다~미국 노선의 항공편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70% 감소했다.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3.5% 감축한 것과 비교해도 엄청난 감소폭이다. 한 분석업체는 "광범위한 무역 분쟁과 관련된 지속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여행자들이 예약을 미루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단 국내 여행업계에선 강화된 절차로 인한 내국인의 입국 거부 사례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복수의 여행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여행사 송출객 가운데 미국 입국이 거절된 사례는 없다"고 전했다.

미 당국의 입국심사 강화로 각국 정부들은 자국 여행자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주미한국대사관도 "최근 미국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 강화로 우리 국민이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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